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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시골학교 확산… 숫자파악 못해/조기유학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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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시골학교 확산… 숫자파악 못해/조기유학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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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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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고교마다 3∼40명… 급증세/“비싼학비=명문교” 동북부 인기/가·호에도 수천명… 헝가리등 동구까지미국 동부의 코네티컷주는 교육수준이 높기로 이름난 곳이다. 그런만큼 한국의 조기 유학생들이 가장 많이 몰려들고 있다.

이곳의 모고교에서 카운슬러로 일하며 많은 유학생들을 알선해 주고 있는 이모씨(여)는 『집에서 자동차로 1시간 이내의 거리에 있는 20여개의 학교마다 적게는 3∼4명에서 40여명까지 한국유학생이 없는 학교가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7년전 유학일에 처음관계할 때 만해도 K고교에는 6명의 한국학생이 있었으나 이제 40명이 훨씬 넘는다』며 『한국학생이 안찾아가는 학교는 없다』고 귀띔했다.

코네티컷주의 S고교에는 91년 3월에 한국유학생이 단 1명이 있었으나 9월 학기가 되자 11명으로 불어났다. 인근 매사추세츠주 스프링필드의 N고교에는 무려 70여명이 다니고 있으며 보스턴 근교의 W고교는 전교생 80명중 30명이 한국학생이다.

코네티컷·매사추세츠·뉴햄프셔 등 이른바 뉴잉글랜드로 불리는 동북부 5개 주에는 보수적이고 수준높은 사립학교가 몰려있다. 1년에 2만∼4만달러에 이르는 비싼 학비에도 불구하고 「비싼학교=좋은학교」 「한국학생이 없는 학교=영어를 쉽게 배울수 있고 안전한 학교」라는 한국 학부모들의 인식때문에 이 일대는 조기유학의 최고 인기지역이 됐다.

그래서 불과 인구 수백명인 조금만 시골 마을 학교에도 한국학생들이 몇명씩은 다 있다.

시골의 학교는 기숙사의 통제를 믿는 학부모들이 많이 보내는 곳이지만 뉴욕·워싱턴 등 대도시와 뉴저지주 등 한국인이 몰려 사는 곳은 교포친척·친지 등의 보호를 기대하는 학부모들과 학비가 거의 들지 않으면서도 우수한 공립학교로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다.

뉴욕시 플러싱의 W고교는 외국인 전용학교로 한국유학생이 1백여명에 이른다. 유명한 어느 음악학교의 예비학교에는 1백50여명의 조기 유학생을 포함,2백여명의 한국학생이 다녀 「코리아드」라고 불릴 정도다.

뉴욕·맨해턴의 S호텔은 한국관광객들이 많이 투숙하는 곳. 이 호텔의 지배인 한모씨는 『최근 수년새 매년 여름방학이면 하루 평균 50여명의 유학생이 여행사 인솔로 또는 부모를 따라 2∼3일씩 머물다 정해진 학교로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교포 밀집지역인 서부의 LA,샌프란시스코 등지도 유학원을 거치거나 갖가지 연고를 이용해 유학생들이 몰려들고 있다.

동부와 마찬가지로 웬만한 학교에는 수십명씩의 유학생이 재학중이어서 심지어 한국서 다니던 학교의 동창회까지 열린다는 것. LA의 고급주택가에 있는 B고교는 전교생 20명의 초미니 학교지만 한국학생이 2명이나 다닌다. 이밖에 플로리다·텍사스·조지아주 등 웬만한 미국지역에도 한국 유학생이 퍼져 있다.

유학지는 미국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캐나다·호주에도 수천명의 유학생이 있을 것으로 추산되며 최근엔 음악유학지로 학비·생활비가 싼 헝가리 등이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에 가기 위해 하와이·괌으로 유학을 떠나거나 필리핀·말레이시아 등 영어권 동남아 국가로도 나간다. 서울 모고교의 서모교사는 『90년에 내가 담임했던 한 학생은 아버지가 근무를 해본 적이 있다는 이유로 인도의 봄베이로 유학을 갔다』고 전했다.

이처럼 지역을 가리지 않는 유학붐에 대해 어느 유학원의 상담원은 『한국을 벗어날 수 있는 곳이라면 다 찾아가는 것 같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처럼 인기좋던 이른바 서울 강남 8학군 학교에 빈자리가 생겨도 제대로 메워지지 않는 것은 조기유학 탓이다. 모여고는 현재 30여명이 결원이나 빈자리 나기가 무섭게 전학오던 과거와 달리 보충이 안되고 있다.

이 지역 K중의 이모교사는 『90년께는 40여명이 조기 유학을 떠났으나 최근엔 유학에 필요한 재학·성적증명서를 장학금 신청용 이외에는 발급해주지 않으므로 정확한 통계를 알 수 없다』며 『숫자가 늘었으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Y고의 조모교사도 『최근 2∼3년간 나의 반에서 3명이 유학을 떠났고 올들어서만도 벌써 3명이나 미국으로 갔다』며 한해 학교전체에서 30∼40명이 유학가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세계각국에 퍼져 나가는 조기 유학생은 얼마나 될까.

외무부·교육부 등 관련부처 모두 『현실적으로 관광 등으로 나가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통계를 내지않고 있다. 미국현지의 뉴욕,LA 총영사관 관계자 역시 『조기 유학생들은 재외국민 신고를 안한다』며 『도무지 숫자를 알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유학을 나갈 수 없는데도 나갔으므로 우리와는 상관이 없다』고까지 말했다.

서울 모고교의 강모교사는 『조기 유학생들도 우리들의 학생인 만큼 관심을 갖고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며 『우선 정확한 숫자라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손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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