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 선거바람이 불고있다. 한국을 비롯,필리핀·태국·인도네시아가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 등 각종 선거로 술렁이고 있다. 이중 한국과 필리핀은 소위 민주화를 했다는 나라이고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실질적으로 군사통치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로 모두가 정치안정과 경제발전이란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오랜 독재에 시달린 필리핀은 오는 5월11일 아키노 대통령의 후임 및 국회의원·주지사 등을 선출한다. 마르코스를 몰아내고 아키노란 여자 대통령을 맞아 민주화를 이룩했다고 하나 연이은 쿠데타 기도 등 정치불안으로 경제는 뒷걸음질을 계속해 아시아의 빈국으로 전락해가고 있다.
현재 군정 1년째를 맞은 태국은 3월22일 총선거를 실시한다. 이번 선거가 군사정부의 정통성을 저울질한다지만 군사정부가 작년 12월에 제정한 신헌법을 보면 군정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군정의 실체인 국가치안평의회 의장이 내각불신임안을 의결할 상원의원을 임명하게 돼있는데다 평의회 의장이 내각수반 지명권을 지니고 있어 말만의 민정이양을 지향할 뿐이다.
수하르토 대통령이 장기통치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도 사정이 다를 것 없다. 6월9일 국민의회 선거를 앞두고 있으나 커다란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입후보 자체도 현 정권을 지지하는 3개의 정당·정치단체에 한하고 군정보기관이 이를 체크한다. 그나마 선거로 선출되는 것은 전체의 80%로 나머지 20%는 군이 임명한다. 5백명과 함께 내년 3월 「장충체육관식 대통령」을 선출한다.
이들 세나라는 가지고 있는 자원에 비해 경제발전이 뒤떨어져 있다. 한결같이 정치불안이나 억압으로 나라의 분위기가 축처져 경제발전이 주춤거리거나 뒷걸음질을 해 아시아의 용이 되지못한 「비룡」의 나라들이다. 이번에 실시되는 세나라의 선거가 이들 국가의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점칠 수 있는 하나의 잣대가 될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태국·필리핀에선 입후보 난립에다 지록·혈록 등과 돈이 뒤얽힌 혼탁한 선거분위기로 앞날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3월하순에 국회의원 선거를 치를 것으로 보이는 우리 한국도 지난 몇년간의 행보를 더듬어보면 이들 「비룡」들과 비숫한 길을 걸어왔다. 어수선한 정치분위기에다 경제정책 실패로 물가가 계속 오르고 무역적자가 늘어나 아시아의 용에서 속이 텅빈 「공룡」이 되어가고 있다.
이번 선거가 우리가 21세기를 어떻게 맞느냐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고들 한다. 그만큼 중요한 선거란 뜻이다. 불행하게도 현재까지 나타난 선거분위기를 보면 「한심하다」고 할 정도로 혼탁해 있다. 지역감정·공약남발에 선물돌리기 등 선심공세에 밀려 정책대결은 뒷전으로 물러나 앉았다.
이것도 부족한지 민주화됐다고 공언하는 사회에서 입후보의 뜻을 밝혔던 사람들이 외국으로 떠나가는 희한한 일이 벌이지고 있다. 지난번 대구 보궐선거때는 정호용씨가 미국으로 떠나더니 이번엔 권정달씨에 이어 인기 코미디언 이주일씨가 외국으로 떠났다. 한국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웃을래야 웃을수도 없는 한판의 저질코미디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비룡」인 세나라와 「공룡」인 우리와의 차이를 발견할 수가 없다. 차라리 자원이 많은 「비룡」은 용이 될 가능성이 나와있으나 「공룡」인 우리는 이대로라면 앞날을 예측할 수조차 없다. 모두 이번 선거가 한판의 코미디가 아님을 크게 인식,억지 코미디 연출자나 헛소리하는 정치가를 준엄하게 심판해 「승룡」의 길을 다시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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