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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경제협력의 길/김인준 서울대·국제경제학(목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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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경제협력의 길/김인준 서울대·국제경제학(목요진단)

입력
1992.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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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개발 서울회의개최,삼강평원의 개발합의 등 동북아 경제협력문제가 새롭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동북아 경제협력은 동서냉전의 벽이 허물어지기 전까지는 상상을 못한 일이었다. 따라서 이와같은 새로운 기회를 최대한도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무분별하게 달려들거나 성급한 기대를 하는 것은 금물이다.동북아는 동과 서,남과 북이 만난다는 점에서 그 지역적 특성이 있다. 현재 자본주의를 택하고 있는 국가들,과거 사회주의를 택했던 그리고 현재 택하고 있는 즉,동과 서가 만나는 지역이다.

또한 경제 선진국인 일본,경제 중진국인 한국,경제후발국인 중국·북한 등 즉,남과 북이 만나는 지역이다. 경제체제가 다르고 발전단계가 다르며 문화적·사회적 배경이 다르다는 점은 이 지역의 역동성(Dynamism)을 보여주는 반면 경제협력의 장애요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경제협력을 지방·국가·지역·세계의 상호갈등과 조화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동북아 경제협력은 세계차원이 아닌 지역주의에 입각한 경제협력이다. 그런데 지역주의는 국가차원에서 구체적인 틀을 가지고 접근할 수도 있고 지방중심·민간중심의 경제협력 차원에서 접근할 수도 있다.

현시점에서 동북아 경제협력은 지역과 지방을 조화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동북아 경제협력은 민간주도로 국제간에 공동이해 관계가 있는 지방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만강 개발사업의 적극적 참여와 같이 프로젝트별 다자간 경제협력의 형태를 띠면서 이 지역 경제협력에 임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방법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동북아 경제협력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우선 동북아 경제협력과 관련,다음과 같은 몇가지 문제점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먼저 동북아 경제권과 타경제권과의 관계규정이다. 동북아 경제권을 어떻게 동아시아 경제권,그리고 환태평양 경제권 구상과 연걸시키느냐 하는 문제다.

그것은 동북아 경제권을 동아시아 경제권,혹은 환대평양 경제권의 종속개념으로 보느냐,대칭되는 개념으로 보느냐 그렇지 않으면 공존하는 개념으로 보느냐 하는 문제다.

우리는 동북아 경제협력을 동아시아,환태평양 경제협력과 공존하는 보완적인 경제협력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동북아 경제협력으로 인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나 아시아 신흥공업국가들과의 관계를 소홀히해서는 안된다. 더구나 동북아 경제협력이 이 지역 국가들의 일본에 대한 무역역조를 심화시키면서 엔블록화되는 방향으로 가게해서는 곤란하다. 또한 미국이 이 지역국가들의 세계최대의 시장으로 남아 있다는 점도 환태평양 차원의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일깨우게 한다. 동북아 경제협력은 개방지역주의여야 하며,타경제권과 배타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두번째로 지역적으로는 포함되어 있지않은 미국을 어떻게 이지역 경제권과 연결시키느냐 하는 문제다. 이 문제는 앞으로 미일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느냐 하는 문제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이 지역 경제협력에서의 참여는 이 지역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과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또한 이 지역 외교·안보적 차원에서 미국의 참여가 필요할뿐만 아니라 일본이 미국의 가상적으로 발전하는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미국의 참여는 필요하다. 동서냉전이 붕괴되고 앞으로 외교·안보적 차원보다 경제관계가 주류를 이룰 미일간의 관계발전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견해와 비관적인 견해가 병존하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동북아 경제권의 성격이다. 자연적인 협력체로 발전시키느냐 혹은 구체적인 협력의 틀을 가진 의도적인 협력체로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역내국가들의 체제와 발전단계가 다르므로 현단계에서 의도적인 협력체 구성에는 한계가 있다. 유럽공동체(EC)와 같이 참가국들의 의무가 비교적 명확하게 규정되는,제도적으로 견고한 틀안에서 룰(Rule)에 의한 협조를 행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따라서 동북아경제협력은 협력가능 분야로부터 신중하고 착실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일거에 공적인(Formal) 국제기구 창설을 목적으로 하지 말고 기존의 이국간·다국간 협력관계를 존중하며 관계국들의 합의를 얻으면서 점진적으로 실적을 쌓아 나가야 할 것이다. 동북아경제협력은 연성지역주의 성격을 띠어야 한다.

동북아경제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틀을 구상할 단계에 이르면 기존의 아태경제협력각료회의(APEC)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APEC이 현존하는 유일한 아태지역의 정부간 협력체일 뿐만아니라 경제협력의 틀을 환태평양 지역으로 확장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궁극적인 동북아 경제협력은 남북통일 후의 한반도를 머리속에 그리며 새로운 국제경제질서 개편의 차원에서 그 방향을 모색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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