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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확인땐 국과수 공신력 타격/어떻게 폭로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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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확인땐 국과수 공신력 타격/어떻게 폭로되었나

입력
1992.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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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감정」 수사와 파문/계류사건·확정판결 대혼란/“유서대필 유죄” 뒤집힐수도/검경 시각차… 결과 따라 한쪽은 상처입을판검찰이 수사에 나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직원의 금품수수 및 허위감정 의혹은 그동안 각종 수사와 재판에서 부동의 증거로 채택돼 온 국과수 감정의 공신력 여부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의혹제기 자체가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사설 감정원들의 감정결과가 어느 정도는 1차 증거로 채택되고 대검에 과학수사 운영과가 생겨 검찰 수사에 이용되기는 하지만 이의가 제기되면 최종적으로 국과수에 의해 판가름이 나며 확정 증거로 인정돼 왔기 때문이다.

국과수를 둘러싼 이번 의혹이 수사결과 사실로 확인되면 당장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 유서대필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강기훈씨(28)의 항소심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국과수의 감정을 근거로 구속·기소처리된 수많은 형사사건과 계약서 영수증 지문 인장 등의 감정 증거를 토대로 판결 확정된 민사재판 등의 재수사·재심신청 사태가 빚어질 개연성도 있다.

이같이 사안이 중대한데다 검찰과 경찰의 상충되는 사건 수사로 문제가 발단됐기 때문에 사실확인 내용에 따라 어느 한쪽은 수사공신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돼 있는 난처한 상황이어서 그동안 검·경 모두 성급한 수사착수를 꺼려왔다.

발단은 지난해 10월 변호사법 위반혐의로 서울지검 특수 2부에 구속된 민자당 전 중앙위원 이창열씨(59)의 변호인측이 『당시 증거로 채택된 현금보관증과 지문 인장 등은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고 11월말 이씨측이 위조의 주범으로 지목한 건설업자 이세용씨(45)와 연결된 조남근씨(37) 등을 서울경찰청이 지문·인장 전문 위조단으로 보고 연행,조사하면서 부터.

당시 경찰은 조씨 등이 교묘한 수법으로 지문·인장을 위조,재판과 수사에 이용하는 사기행각을 일삼아 왔다는 심증을 굳혔고 이번에 문제된 국과수 직원 김형영씨(53)의 관련혐의까지 어느 정도 알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이창열씨 사건의 검찰측 중요 참고인이기도 했던 조씨가 곧바로 자신이 수사협조를 했던 검찰에 『경찰이 이씨의 범죄 사실을 입증하는 진술을 한 것이 거짓이라는 허위자백을 강요하며 고문했다』고 진정,서울지검 특수 3부가 경찰관들을 소환·조사하면서 지문·인장위조 여부는 흐지부지 됐다.

경찰수사가 옳다면 검찰은 위조단에게 농락당한 셈이며 검찰수사가 맞는다면 경찰은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검찰 참고인을 연행 터무니없는 취조를 한 것이 돼 양측 모두 위험부담을 꺼리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창열씨 사건 담당 재판부가 변호인측 요청을 받아 들여 경찰수사 기록을 제출할 것을 요구,14일의 4차공판을 앞둔 시점에서 또 다시 건설업자 이씨에게 같은 수법으로 고소당했다는 피해자들이 나타나고 사설 감정인들이 이씨가 국과수 김씨와 연결돼 있다는 주장을 펼치자 검찰이 수사에 나서게 됐다.<신윤석기자>

◎어떻게 폭로되었나/재판피해 2명 「위조」 심증 굳혀 탐문추적/중간 연결책 찾아내 비리 내용 유도 녹음

지난해 10월 대전에서 건설업을 하고 있는 이세용씨(45)의 진정으로 민자당 전 중앙위원 이창열씨(59)와 함께 서울지검에 구속된 한치준(41)씨의 동생 치항씨(35)와 이씨에게 재판에서 패소한 조병길씨(47)는 자신들 말고도 다른 피해자가 많다는 얘기를 듣고 이씨와 국과수 문서 분석실장 김형영씨(53)의 결탁을 밝히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대전 J개발 대표 장정모씨(43),임봉규씨(53),양승학씨 등 이씨에 의해 고소됐거나 재판계류중인 10여명을 더 찾아냈고 하나같이 이씨가 위조된 인장 등을 증거로 제출해 김씨가 진본 감정을 해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더이상 검찰이나 법원에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한 한씨와 조씨는 이씨와 김씨 사이에 다리를 놓아준 사설 감정원을 찾아나서 지난해 12월 한국문서 감정원 원장 이송운씨(66)를 만나 『문서 허위감정을 하고 싶다』며 접근해 이씨와 국과수 김씨의 연결고리라고 추정해 온 중앙문서 감정원 전원장 신찬석씨(64)씨가 전북 남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조씨 등은 신씨를 만나 자신들의 신분을 속인채 『이세용씨를 국과수에 소개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도 돈을 줄테니 위조문서를 감정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신씨가 국과수와의 관계를 털어 놓는 것을 몰래 녹음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의 추적과정에는 계속 MBC취재팀이 신분을 감추고 동행,이 녹음 내용을 지난 9일 보도함으로써 국과수비리 의혹이 처음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MBC취재팀은 수일간에 걸쳐 신씨로부터 2백분 분량의 녹음을 했으며 피해자들은 나중에 신씨에게 녹음 사실을 알려준 뒤 『모두 사실』이라는 확인 각서까지 받았다고 밝히고 『지금까지 드러난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조씨는 부천 서울 신학대 대입시험지 도난사건 발생후 자살한 서울 신학대 경비과장 조병술씨(56)의 친동생으로 이세용씨가 자신이 수상하다고 경찰에 제보해 용의선상에 올라가 추적 과정에 방해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씨는 또 이씨는 시험지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는 경비원 정계택씨(44)와도 친분이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일제 특수 수지기계 이용하면 지문·명·인장 완벽 복재가능”

지문·서명·인장의 위조는 과연 가능한가.

피해자,국과수 사건을 폭로한 사설감정인,지난해 피해자 진정으로 수사했던 서울경찰청 특수 강력수사대의 주장에 따르면 위조단은 우선 누군가의 지문서명 날인된 인장을 입수,사진촬영을 한뒤 네가 필름을 일본에서 수입한 특수수지(수지) 기계를 이용해 수지판 위에 올려 놓고 광선을 쪼여 인화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수지판에 원본과 똑같은 음·양각이 생기고 수지판을 물에 넣어 경화시키면 완벽하게 복제된 또 하나의 인장이나 지문·서명들이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또 위조단은 피해자의 거래처 등에서 지문 등이 들어 있는 영수증 등을 입수하기도하고 보다 선명한 원본을 구하기 위해 주민등록원본을 몰래 빼내고 인감증명을 발급 받기도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종로 을지로 등의 인쇄골목에는 특수수지 기계를 갖춘 인쇄소가 많고 주간지 등에는 수입상들의 광고도 자주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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