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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입제」 개정운동 김용진학장(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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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입제」 개정운동 김용진학장(인터뷰)

입력
1992.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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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대 내신 20% 수준 바람직”/재능 우선… 실기 비중 낮춰선 안돼/「음악원」 신설보다 기존 음대에 다양한 코스 마련을서울대 등 11개 음악대학 학장들은 94학년도부터 시행될 대학입시제도 개선안에 대한 건의서를 교육부에 제출하고,예술계에까지 일괄적으로 내신성적 40% 이상을 반영토록한 규정을 개정할 것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 개정운동에는 전국 14개 음대중 경원대·경희대·계명대·단국대·서울대·성심여대·숙대·영남대·이대·중앙대·효성여대 음대가 참가했는데,11개 음대학장 대표 김용진학장(서울대 음대)을 만나본다.

▼예체능계에서 특히 내신 40% 이상 반영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다른 계열과 달리 예체능계는 실기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내신 40%,실기 50%를 배정하고 나면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대학별 본고사를 합친 합력고사 점수는 10%밖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다른계열에서는 내신과 학력고사의 비율이 4대 6이 되지만,예체능계는 내신·학력고사·실기의 비율이 4대1대5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대학별 본고사의 반영이 너무나 미미하고,내신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어,내신등급이 낮은 학생은 실기가 아무리 뛰어나도 합격하기 힘듭니다. 다른 계열에서는 내신 1등급 차이가 점수로 2점 정도가 되는데,예체능계에서는 7점이나 됩니다.

지금까지는 내신비율이 30%였는데 반영점수를 보면 인문·사회·자연계열의 경우 내신 1백45.7점,학력고사 3백40점으로 3대 7이 됩니다. 그러나 실기 50%가 반영되는 예체능계의 경우에는 내신 5백10점,학력고사 3백40점,실기 8백50점으로 3대2대5가 됩니다. 모집정원이 34명이었던 서울대 피아노과의 경우 실기성적이 60등 이하였던 학생이 합격한 경우가 있습니다. 내신 40%가 되면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것입니다』

▼음악대학에서는 내신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다른 계열처럼 내신 40%,학력고사 60%로 하되,별도로 실기 1백%를 배정해 달라는 것이 우리의 주장입니다. 그렇게되면 총점으로 볼때 내신·학력고사·실기의 비율이 2대3대5가 됩니다. 교육부의 일부 관련자들은 우리가 지적한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우리주장대로 하면 내신비율이 총점에서 20%로 낮아진다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94학년도부터 시행될 새 대입제도에서는 내신을 40% 이상 반영토록 하겠다고 이미 발표했는데 음악계만 예외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술계,그중에서도 음악은 당연히 예외로 인정해줘야 합니다. 음악대학의 목표는 우수한 음악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며,음대 지원생들은 적어도 10년 이상 실기를 익힌 학생이 대부분입니다. 음악적 재능이 뒤떨어지는데도 학교성적이 1∼2등급 높다는 이유로 합격이 된다면 얼마나 불합리 합니까. 내신 40%가 그대로 시행되면 예고에서의 내신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주장은 총점에서의 내신비율을 일반계열 수준으로 해달라는 것이지,음악대학에서는 내신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 음대에서도 학업능력을 반영하되 내신과 학력고사의 균형을 낮춰 달라는 주장입니다』

▼예능계 입시부정이 해마다 터지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실기를 50%나 반영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실기 비율을 줄이고 학력고사 비율을 높이는 방법은 어떻습니까.

『앞서 말했듯이 음악은 특수한 분야입니다. 내신과 학력고사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음악적 재능이 부족한 학생은 필요가 없습니다.

실기채점 부정이 있었으니 실기점수를 하향조정하겠다는 생각은 예술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비율을 낮춘다고 부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부정을 막기위해서 각 대학들은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부정이 겁나서 예술교육의 목표를 후퇴시켜서는 안됩니다.

나는 한국인이 가진 재능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음악성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요즘 국가적으로 과학기술 교육을 크게 중시하고 있는데,우리가 가진 다른 귀한 재능을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한국인의 음악성은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데도 불구하고,음악교육이 그 자질을 키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국내에서 공부한 젊은 음악도들이 얼마든지 세계적인 콩쿠르에 나가 입상할 수 있도록 키워야 합니다. 국내의 음악교육은 대학입시 때문에 심하게 왜곡돼 있고,결국 재능있는 학생들은 어려서 외국으로 나가야 대성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인데,이런 낭비를 줄여야 합니다』

▼문화부가 추진중인 국립음악원 설립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줄수 있겠습니까.

『대학은 이론위주의 교육을,음악원은 실기위주의 교육을 한다는 발상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립음악원이 실기교육을 다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전국의 대학들이 해마다 선발하는 음악계열 신입생은 3천여명에 이르는데 그들은 대부분 실기를 공부하려는 학생입니다. 국립음악원이 그들중 몇퍼센트를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파리음악원의 예를 보더라도 너무 실기위주의 교육을 하다보니 인성교육이 소홀해져서 연주가로 대성 못하는 절대다수의 학생들은 자칫 사회적으로 기형아가 될 우려가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줄리어드,커티스,피바디 등 미국 음악학교의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음악학교란 결국 한두명의 천재를 배출하는 곳이므로 나머지 절대 다수의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코스가 있어야 합니다. 연주가가 되고 싶었던 학생들이 여의치못할 경우에는 진로를 바꿔 박사학위를 할수도 있는 길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미국의 음악학교들은 초기에 유럽 시스템을 도입했으나 경험에 의해 제도를 바꿔왔는데,우리는 반대로 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국립음악원 설립도 좋지만,이미 시설과 인력이 있는 음악대학들 중에서 몇학교를 지정하여 음악원 형태를 병행하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교육법의 학위수여 규정을 개정하여 학·석사 외에 디플롬 코스를 둘수있도록 하면 음대의 음악원 병설이 가능할 것입니다』

▼서울대 음대가 영재코스를 설치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음악원 병설의 시험단계로 봐도 좋겠습니까.

『영재코스 설치는 사실이 아닙니다. 재능있는 어린이들이 조기에 좋은 선생에게 배울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사석에서 얘기하다가 몇몇 교수가 의견을 냈던 것이 와전된 것입니다. 내 개인생각으로는 서울 음대가 음악원 병설을 할수 있다면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지금 그런 것을 검토할 단계가 아닙니다』

▼실기채점 부정을 막기위해 어떤 방법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떤 방법도 부정을 완전히 막을수는 없다고 봅니다. 대학별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공동관리로 바꿨으나 다시 부정이 터지지 않았습니까. 학생선발권은 각 대학이 책임지고 행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학에 따라 교수가 부족한 곳은 몇개 대학이 공동관리를 할수 있을 것입니다. 완벽한 제도란 없으므로 각 대학과 교수들이 스스로 책임의식을 갖고 불신을 씻어가야 할 것입니다』

▼94학년도부터 시행될 대입제도가 확정된 것은 2년전 일인데 이제와서 개정안을 내놓는 것은 너무 늦지 않습니까.

『대학 예체능계가 그동안 입시부정 홍역을 치르느라고 의견을 모을 겨를이 없었던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하나 덧붙일 것은 대학교육심의회에 예술계 전문가가 한사람도 참가하지 않아 예술교육의 특수성이 전혀 고려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교육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이런 기구들에는 반드시 예능계 전문가가 참여해야 합니다』<대담:장명수 편집국 국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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