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경찰서 강력3반 형사 9명은 7일 밤 송파구 오금동 오즈카페 강도사건 범인검거를 자축하는 조촐한 회식을 열었다.엽기적인 사건도 아니고 단지 카페 여주인을 위협,1백여만원 어치를 뺏어간 「흔한」 강도범을 잡았다고 해서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이 퍽 이례적 이었으나 형사들의 표정은 여느 큰 사건을 해결했을 때보다 더 밝아보였다. 이 「별것 아닌」 사건으로 형사들은 호된 홍역을 치렀고 그로인해 귀한 교훈을 얻어 전화위복이 됐기 때문이다.
사건 직후인 지난달 22일 새벽 3시께 현장에 도착한 김웅종반장(33) 등은 카페주인이 범인 2명의 쥐색캐피탈 승용차 번호를 일러주자 날이 밝기전 범인검거를 확신했다. 차량소유주 파악에 나선 형사들은 이날 상오 5시께 서울 성동구 구의동 집에서 잠자던 유모씨(29)를 덮쳤다. 윤씨를 범인으로 예단한 형사들은 윤씨의 항의를 묵살,구타까지 했으나 알리바이 조사와 카페 주인과의 대질을 통해 범인이 아님을 알고 당황했다. 무고한 시민을 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호된 질책을 받은 형사들은 철저한 증거위주 수사로 전환했다.
현장 맥주컵에서 지문 1개를 채취하고 피해자가 기억하고 있는 번호와 비슷한 차량을 모두 조회했다. 그 결과 끝자리수만 틀린 쥐색캐피탈 승용차가 도난당한 사실을 밝혀냈고 지문대조로 동종전과자 중에서 용의자를 찾아냈다. 형사들은 용의자 장태완씨(25) 집 앞에서 문제의 승용차를 발견한뒤 망원경과 카메라를 동원,잠복했다.
설날연휴가 지나도록 열흘동안 보이지 않는 싸움 끝에 6일 장씨 가족이 집을 나서는 것을 추적,화양동 주택가에서 미행여부를 살피며 가족을 기다리던 장씨를 덮쳐 붙잡았다.
비록 공범 1명은 아직 못잡았으나 확실한 「물증」을 확보한 형사들은 장씨를 닦달할 필요도 없이 자신있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수사는 물증확보라는 교훈을 새삼 절감했다』는 형사들은 『빗나간 심증수사로 봉변을 당한 윤씨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원일희기자>원일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