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바둑천재 이창호가 떠들썩하더니,마라톤의 황영조가 「10분벽」을 깨서 떠들썩했다. 그러더니 이번엔 한국 꼬마들의 학력이 「세계 최고」라고 왁자지껄하다. 국민학교 3년,그리고 중학교 1년생의 수학·과학 학력평가에서 한국학생들이 세계 20개국중 단연 「1등」이었다는 얘기다(한국일보 7일자 조간 22면 보도).이러한 국제비교는 미국의 교육평가원(ETS) 주관으로 미국·소련·영국·프랑스·대만 등 20개국에서 실시한 평가시험결과로 밝혀진 것이다. 듣던 중 반가운 얘기같아 어깨가 으쓱할 만한 일이다. 신문마다 우리 중앙교육평가원이 발표한 내용을 큼지막하게 보도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아마도 많은 학부형들은 생각할 것이다. 「과연 교육한국의 우리 아이들이구나!」하고.
그러나 문제의 학력비교 자체가 본바닥 미국에서 시비거리가 돼있다는 사실은 아예 알려져 있지 않다. 시비의 초점은 미국과 비교되는 각국 학생들의 학력이 정말 「평균점」이냐 하는데 있다.
미국의 국립교육연구원장을 지낸 해럴드 호지킨슨 박사나 국립과학재단의 프로그램부장인 아이리스 로트버그 박사는 이 국제비교가 『무의미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호지킨슨 박사에 의하면 특히 고교생의 국제비교는 미국학생의 70∼80%와,유럽의 경우 상위 30%의 우수한 학생을 비교하고 있다. 로트버그 박사도 말한다. 유럽에서는 이과계통 지망생들은 일찌감치 집중교육을 받기 때문에 성적이 뛰어난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번 국제비교에서는 빠졌지만,특히 일본식 교육이 문제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일본국력의 수수께끼」라는 책을 쓴 카렐 판 블페렌은 『일본학생들이 표준화된 시험에 우수한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일본 학생들은 시험에 합격하도록 교육받고 훈련받지만,그것을 교육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그는 비판한다.
어쨌든 이 비교평가시험에 홍콩에서는 상위 3%,일본에서는 상위 12%의 수재들이 참여했다는게 로트버그 박사의 「평가」다. 그러나 ETS의 평가부장 아치 래포인트는 『외국의 수재들은 어차피 미국학생들의 장래 경쟁상대인 만큼,교육목표 설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국제비교는 미국의 과학교육발전을 채찍질하기 위해 만든 「미국식 엄살작전」이라는 말이 된다.
우리 중앙교육평가원은 적어도 한국의 경우 「무작위」로 뽑은 「평균학생들」이 평가시험에 참여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세계 제1」은 진짜 실력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은 우수한 「시험선수」를 길러내고 있다는 뜻일까?<논설위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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