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업체 업무미숙 엉뚱한 피해/42% 이상이 계약서없이 거래도우리나라 무역업체는 봉인가. 우리나라의 연간 교역규모는 1천5백억달러를 넘어서 세계 1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무역업체의 수출입업무 수행능력은 세계무역업계로부터 「봉」이란 소리를 들을 만큼 허점투성이 인게 사실이다.
근사한 상품을 만들어 놓고도 포장을 엉성하게해 해외바이어로부터 퇴짜를 맞는가 하면 계약서도 없이 거래를 했다가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품질불량이나 납기불이행 등은 우리의 경제여건상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제대로 만든 상품도 사소한 부주의와 성의부족으로 제값을 못받고 오히려 우리 무역업체의 허점을 역이용한 해외바이어들의 클레임 제기로 엉뚱한 피해를 입는 등 교역순위 12위에 걸맞지 않게 봉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무역업체중 70% 가까운 기업들이 바이어로부터 클레임을 받은 경험이 있다면 무역업무 수행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더욱 놀라운 것은 무역업무의 귀신들이 모여있는 것으로 알려진 종합상사들 조차 꼬투리를 잡혀 불필요한 피해보상을 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대한상사중재원이 지난해 7월부터 6개월간 서울 부산 마산 등 수출업체가 밀집해 있는 전국 6개 지역의 무역업체 3천5백개를 대상으로 무역분쟁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의 67.6%가 해외바이어로부터 클레임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레임제기 사유로는 품질불량(27.8%) 선적지연 등 납기불이행(20.3%)이 주종을 이루었지만 수량부족(15.6%) 포장불량(13.4%) 계약위반(7.4%) 대금미지급(3.4%) 등 전혀 발생해서는 안될 사유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포장불량이나 계약위반에 의한 클레임은 우리측 잘못보다는 거래에 필수적인 계약서를 상세히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바이어가 트집을 잡아도 항의 한번 제대로 못하고 당하기 일쑤라는 것.
놀랍게도 조사대상 무역업체중 42.6%가 계약서없이 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서를 사용하는 무역업체들도 35.9%만이 상세한 계약조항이 명시된 계약서를 사용할뿐 나머지는 계약의 일반조항들이 명시되지 않은 계약서를 사용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바이어들의 클레임제기에 무방비상태인 셈이다.
이 때문에 바이어로부터 화물인수를 거절당해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채 당하기만 하는데 인수거절을 경험한 무역업체가 무려 27.2%나 되었다.
클레임을 당하면 대부분의 업체들이 대체품을 공급하거나(22%) 대금을 할인해 주고(21.5%)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15.9%)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업체의 59.8%가 클레임을 당하고나서 거래관계가 악화됐다고 응답했는데 15%는 거래가 완전히 단절됐다고 응답했다.
대한상사중재원은 품질개선도 중요하지만 바이어들의 클레임소지를 미리 방지할 수 있도록 상세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클레임이 발생하면 상사중재원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해결하는 자세를 당부했다.<이종재기자>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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