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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과 자동차(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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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과 자동차(장명수칼럼)

입력
1992.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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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의 무역전쟁에서 시원한 공격한번 못해보고 번번이 당하는 미국의 체면은 보기 딱할 지경이다. 걸프전에서 이라크에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으며 세계 최강국의 첨단 군사력을 과시하던 미국이 일본으로부터 당하고 있는 모습은 어이없게도 이라크를 연상케 한다.대일 무역적자가 연 4백억달러에 이르는 미국은 어떻게든 적자폭을 줄이려고 발버둥질치면서 한편으로는 시도때도 없이 터져나오는 일본측의 「모욕적 발언」에 감정적인 상처까지 입고 있다.

「미국 상품을 파는 세일즈맨」을 자처하면서 1월초 아시아 순방길에 올랐던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서 졸도했을때 일본 시민들은 「병든 미국경제의 상징」이라고 꼬집었고,무역 현안을 다룬 미·일 정상회담을 『노·사 협의에서처럼 미국은 요구가 많았다』고 빈정댔다. 사쿠라우치 중의원의장이 『미국 노동자의 30%는 문맹』이라고 말한데 이어 이번에는 미야자와 총리가 『미국의 노동자들은 근로윤리관이 없지 않은가 생각한다』라고 발언하여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흔들고 있다.

미야자와 총리는 국민들을 향해 「미국경제 동정론」을 펴면서 미국상품을 많이 사도록 촉구하고 있고,미국의 시민단체들은 국산품 애용운동을 펴면서 미국인들의 일본상품 구매를 줄이려고 안간힘 쓰고 있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반일감정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일본상품 구매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미국인들의 국산품 애용운동에 대한 일본인들의 느긋한 반응은 다시 한번 미국의 자존심을 쑤셔댔다. 일본의 대미 흑자에서 4분의 3을 차지하는 자동차는 두나라 무역전쟁의 핵심인데,닛산 자동차의 유타카 사장은 『자동차를 사는 것은 칫솔을 사는 것과 다르다. 자동차에 관한한 미국인들의 국산품 애용운동은 효과가 없을 것이다. 소비자의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품질과 가격이다』라고 말했다.

미야자와 총리의 「미국 근로자의 근로윤리관 결여」 지적에 대해 미국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반격을 가하고 있다. 『미국노동력은 세계 최고수준이며 근로윤리는 가히 전설적이다』(백악관),『미국의 노동자는 세계를 이끄는 힘과 저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것을 무시하는 것은 큰 실수』(노동부장관)라고 미국은 화를 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반격은 어쩐지 실속없는 큰소리처럼 들리고,그래서 미국이 더 처량해 보인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의 전쟁은 우리의 처지를 뒤돌아보게 한다. 미국처럼 강해지기도 전에 「근로윤리관 결여」를 겪고 있는 우리가 갈길은 어디인가. 오늘 미국이 겪는 수모에서 우리가 배울 교훈은 너무나 많고 크다.<편집국 국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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