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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섬이주민 「마지막 설굿판」/서울 창전동 34가구 어제 부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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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섬이주민 「마지막 설굿판」/서울 창전동 34가구 어제 부군제

입력
1992.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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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산에 사당짓고 매년 망향한풀이/내년 재개발로 큰 근심/“흩어지면 누가 지내나”음력 정월 초이튿날인 5일 저녁 와우산중턱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밤섬 이주민들은 한강 한가운데 동그랗게 떠있는 밤섬을 내려다 보면서 망향 24년의 그리움을 담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부군제 굿판을 밤새도록 벌였다.

68년2월 한강 한가운데 나란히 있는 여의도 개발사업으로 대대로 살아온 밤섬을 떠난 뒤에도 밤섬이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에 11평짜리 똑같은 집 63채를 지어 살아온 주민들은 밤섬시절을 잊지 못해 산중턱 양지바른 곳에 모셔놓은 사당 부군당에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치성을 올렸다.

이주당시 63가구 4백여명이었던 마을은 24년이 지난 지금 34가구로 줄었지만 주민들의 우애와 정은 더욱 두터워졌다.

이날 열린 밤섬마을 고유의 전통의식에서 2백여 주민들과 외지에서 돌아온 밤섬 사람들은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실향민의 슬픔을 달랬다.

범섬에 살때부터 매년 이맘때 어김없이 열리는 부군제는 밤섬 동쪽에 있던 사당 부군당에 모셨던 부군님·상불제적님·군웅님에게 제사를 올리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던 행사였다.

밤섬을 떠나온 주민들이 그해 11월 와우산중턱 2천여평을 직접 깎고 축대를 쌓아만든 집에 입주한 이래 부군제는 한해도 빠짐없이 열렸다.

그러나 이날 밤섬마을 주민들의 얼굴과 가슴에는 큰 근심이 자리잡고 있었다.

내년부터 이 일대에서 재개발사업이 시작되면 모두가 뿔뿔이 흩어지게돼 이번 설날제사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발아래 지척에 두고도 가지는 못하지만 보고 싶으면 언제라도 볼수 있는 고향을 이제 영영 다시볼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주민들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밤섬을 떠난 주민들은 당시 서울시에서 지금의 관악구 봉천동,구로구 고척동,성남 등지의 이전 예정지를 제시했으나 한사코 밤섬이 굽어보이는 와우산중턱을 고집했다.

마포나루가 가까워 주민 대부분이 배를 만들고 모래가 많아 땅콩농사와 수수·채소농사가 잘됐던 밤섬 밭을 평당 30원,집은 평당 1천8백원의 헐값보상만 받은채 떼밀리다시피 리어카에 가재도구를 싣고 얼어붙은 한강을 건넜다.

이곳으로 이주해온뒤 주민들은 대부분 막노동 등으로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4백여년간 내려오던 율호 침목계와 상조계가 그대로 운영돼 곗날인 매달 15일이면 계원들이 모이곤 한다. 『밤섬가는 배편이 없어져 빤히 보이는 고향에 한반도 가보지 못했다』는 마천일씨(60)는 『재개발이 되면 주민들 대부분이 입주할 형편이 안돼 다시 뿔뿔이 흩어질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어둠속에 잠긴 고향으로 눈길을 돌렸다.<이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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