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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총선정국」/김석준 이대교수·정치행정학(시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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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총선정국」/김석준 이대교수·정치행정학(시사칼럼)

입력
1992.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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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4대 국회를 위한 총선정국의 막이 올랐다. 민자당과 민주당이 후보공천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선거준비에 들어갔다. 신생정당들도 저마다 의욕적으로 총선채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왜 국민들은 이들의 부산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희망보다는 실망과 걱정을 더 크게 하고 있을까?국민들은 무원칙한 「밀실공천」에 실망하고 공천과정에서의 「공작정치」를 우려하며 「계파간 나눠먹기」식의 결과로 공천된 구태의연한 후보들의 면모에 대해 냉소적일수 밖에 없다. 더욱이 그동안 정치권이 산적한 국내외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기 보다는 오히려 국민들에게 걱정과 실망만을 안겨준 것이 다반사였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과 냉소주의는 일상화되어 정치가 국민들과 멀어진지는 오래된 일이다.

돌이켜보면 6월 민주항쟁이 「6·29선언」을 통한 권위주의 정부의 「항복」을 끌어내고 4·26총선에 의해 여소야대의 13대 국회를 출범시켜 5공 청문회를 위시한 일련의 청문회와 국정감사 활동을 활발하게 벌일때 온 국민은 의회정치의 진면목을 만끽하고 열렬한 지지와 환호를 보냈다. 어떤 연속극 보다도 현장에서 중계되던 국회청문회에 대해 보내던 온 국민의 관심과 열정이 더 컸음을 우리 모두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길거리에서 싫증나게 보아온 최루탄과 화염병간의 폭력대결을 신성한 의회정치의 틀로 승화시키는 최고의 예술임을 입증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13대 국회 초기의 신명나는 정치에 대한 온 국민의 열광과는 달리 여당과 집권층에서는 이를 그들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이의 타개를 위해 「공안정국」을 거쳐 3당통합을 이루었던 것이다. 보수대연합을 표방하면서 출범한 민자당은 6공의 핵심적인 개혁정책인 금융실명제를 포기하고 토지공개념 및 세제개혁 관련정책을 대폭 완화시키게 되었다. 뒤이은 개혁정책의 포기,각종 비리사건,국회에서의 날치기 등은 정부여당의 횡포를 일상화하게 하고 보수세력의 내부균열에 이은 재벌신당의 출현은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무관심과 냉소로 바꾸게 하여 정치적 소외를 극대화하였다.

따라서 최근에 있은 여당의 공천과정과 그 결과에 대해 국민들이 새삼스레 크게 실망하지 않는 것도 이제는 더 이상 실망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13대 국회 후반에 대해 국민들의 비판이 워낙 크고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남북관계에서도 큰 전환이 예상되며 21세기를 위한 준비를 착실히 담당하기 위해서는 그래도 책임을 맡고 있는 집권여당이 야당과는 달리 어느정도라도 새로운 비전과 의지를 보일 것으로 기대를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역대선거때보다 훨씬 밑도는 신진정치인의 영입과 권력투쟁에 대비한 철저한 「계파간 나눠먹기」로 나타나면서 더 이상 기대나 실망할 여지마저 없게 되었다.

여당은 14대 총선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실시되며 재벌신당의 출현과 5공 세력의 반발로 인한 범여권의 세력분화와 과당경쟁 때문에 정치적 안정을 최대 명분으로 삼을 수 밖에 없다고 강변한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수집을 위해 공공연히 국가정보기관이 개입함으로써 국가안보기관이 「정권안보」를 위해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총선정국의 초기단계인 공천과정에서의 이러한 정부여당의 전략을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총선정국의 혼란상과 그 성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덕성과 참신성을 무시한 당선위주의 후보공천은 이미 이들이 써온 금권·타락·불법·지연·학연위주의 선거를 반복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이와 함께 정부관련하에 공명선거 운동이 관변 단체들에 의해 전개되고 있는 남북 정상회담의 총선에의 이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총선이 정책대결의 공명선거와 거리가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더이상 부정선거나 금권선거를 용납하지는 말아야 하겠다. 비록 기존정당이 내세운 후보들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무관심과 냉소주의로 지나칠 일은 아니다. 남북통일과 21세기의 밝은 조국을 위해 14대 국회는 매우 중요하다. 정부와 선거관리위원회에 공명선거를 맡겨둘수만은 없다.

6월 민주항쟁의 주역이었던 온 국민들이 다시 14대 선거를 통해 국정의 주역으로 나서야만 한다. 국민들을 조직화하는 기존 정당들이 국민의 큰 지지를 받지 못할때 시민단체들이 앞장서야 한다. 마침 「공명선거 실천시민연합」이 활발하게 조직·활동하고 있어서 기대가 크다.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공명선거와 더불어 정책경쟁의 선거가 되도독 나서야 한다. 정당들의 정책이 부족하면 시민단체들이 정책을 제시하고 이를 후보자와 정당이 수용하도록 선거를 주도하여야 한다. 14대 총선이야 말로 시민이 주도하는 선거가 되어 진정한 선거혁명이 일어나야 하겠다. 그것만이 기득권에 얽매인 기존 정당과 정치인들의 멍에를 벗겨 선진정치를 이룩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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