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일무역 「설전」서 「실전」 단계로/“탈냉전시대의 새로운적” 공감대/업체선 일제 수입계획 잇단 취소무역역조현상을 놓고 미국과 일본 사이에 오고가던 「설전」이 비공식적인 시민차원에서의 실력행사라는 「실전」의 단계로 이행되어 가고 있다. 미국내에서는 반일 감정의 확산과 아울러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소비자들의 「바이아메리칸」 열기가 전국적으로 퍼져가고 있는 가운데 일본제품 수입계획을 취소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고 의회는 일본산 수입상품들에 대해 쿼타제를 실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고조되어 가는 긴장이 누그러지지 않을 경우 양측 소비자들은 수입금지와 관세인상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치르자고 아우성칠수도 있다는게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다.
대부분의 경제통들은 미국과 일본정부 모두가 무역전쟁을 원치않고 있어 현재의 긴장상태가 일단 폭발점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불황과 맞물려 들끓고 있는 반일감정을 무마시키기 위해 워싱턴은 하루빨리 도쿄측으로부터 가시적인 양보를 얻어 내야만 할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일본상품의 가장 큰 구매자인 미국의 심기를 지나치게 건드릴수 없는 입장을 의식한 일본은 미국의 「경제애국주의」 물결을 피해가기 위해 일본자동차의 대미수출을 자체적으로 연 25%,즉 1백70만대 가량 감소시킨다는 방침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기업들은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방대한 대미투자가 미국 경제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고 미국기업들의 일본진출을 용이하게 하기위해 정부차원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내에서 반일감정이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불황에 지친 미국인들의 짜증받이 표적이 되어버린 셈』이라고 불만을 터뜨린다.
일본은 또 미국인들의 아우성이 사실상 세계경제 주도권이 일본쪽으로 옮겨가는데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있다.
컬럼비아대학 경영대학원의 휴 패트릭 교수도 이점을 인정한다. 『미국이 경제적인 힘을 잃어가고 있는 반면 일본은 점점 그 영향력을 증식시켜가고 있다는 불안한 감정이 미국인들을 당황케 한다』고 패트릭 교수는 말한다.
미국과 일본의 관계는 지난 80년대말부터 큰 굴절을 거쳤다.
일본에서는 89년 이시하라 신타로가 그의 저서 「No라고 말할 줄 아는 일본」을 통해 미국을 『인종주의자 집단이며 경제적 약골』로 한껏 몰아붙인 이후 「종이 호랑이」를 조롱하고 비방하는 간행물이 다투어 출판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이미 2등 경제국」이라는 유력인사들의 싸늘한 조소는 『미국 노동자들이 까막눈이며 게으르다』는 사쿠라우치 중의원의장의 발언으로 정점을 이루었다.
요컨대 경제적 자신감이 붙으면서 미국에 대한 우월감이 일본내에서 팽배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바로 이 점이 소련이 소멸해버린 탈냉전시대에서 미국의 새로운 적은 일본이라는 미국인들의 잠재적 인식에 확신을 더해주고 있는 것.
반면에 일본이 중동석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면서도 걸프전 전비 부담에 소극적이었다는 생각과 경기침체의 원인이 일본과 깊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는 미국인들의 감정은 진주만기습 50주년을 치르고 부시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를 지켜보면서 더욱 격앙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듯 날카로워진 양측의 감정이 그대로 폭발해 두 경제대국이 온 힘을 다해 맞대결을 벌인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미국측 소비자들이 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단 무역전쟁이 선포된다면 일본측은 농축산물 수입원을 유럽과 아시아쪽으로 돌리는 한편 오직 일본만이 생산해 낼수 있는 정교한 컴퓨터 칩의 공급을 중단하게 될 것이고 미국은 일본산 자동차,콤팩트디스크의 전면적인 수입금지외에도 일본에 대한 방위공약을 파기하는 것을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미국은 일본측의 직접적인 공격보다는 값싸고 품질좋은 외국상품 구입에 어려움을 겪게된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해 내부적으로 힘을 결집시킬수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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