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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다시 「환경몸살」에 대책골머리(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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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다시 「환경몸살」에 대책골머리(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2.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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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국 “수질·대기 기준초과” 눈총/2조여원 투자도 불황겹쳐 난관【런던=원인성특파원】 죽었던 템즈강을 되살리고 엄청난 인명피해를 냈던 악명높은 런던 스모그를 퇴치하는데 성공했던 영국은 산업화로 더럽혀진 오염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탓인지 요즘의 영국은 다시 환경오염이 심한 나라라는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영국의 환경문제를 앞장서 제기하는 단체는 「지구의 친구들」이라는 민간환경운동단체다. 이 단체는 영국안에 20만명의 회원을 확보,세계적으로 알려진 그린피스보다도 더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구의 친구들은 지난 23일 영국의 대기오염이 유럽공동체(EC)의 환경기준을 위배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해 여론을 들끓게 했다. BBC 제4라디오의 요청을 받고 지난 12월12일부터 한달동안 영국 전역의 이산화질소 오염도를 조사한 이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런던 버밍엄맨체스터 카디프 등 4개 대도시는 EC의 안전기준인 40ppb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셰필드 글라스고 브리스톨 등 다른 도시들은 안전기준 이내에 들기는 했지만 EC가 주의를 요하는 상태로 규정한 범주에 속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질소산화물 오염도가 이처럼 높은 것은 무엇보다도 엄청나게 늘어난 자동차에서 뿜어내는 배기가스 때문이다. 영국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거의 2천만대. 이중 상당수는 5년 이상 된 낡은 차인데다 아직도 유연휘발유를 쓰는 차가 많아 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안개가 심하게 끼고 기온역전현상이 일어나 공기순환이 잘 안되는 날에는 피부로 느낄수 있을 만큼 영국의 대기오염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지구의 친구들은 이러한 체감오염도를 입증하는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오염측정망도 EC국가들중 가장 부실하다며 영국정부의 환경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21일에는 유럽법원이 영국의 음용수 수질이 EC의 가이드라인을 위배했다는 견해를 밝혀 영국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지구의 친구들의 잇단 항의에 따라 영국의 수질환경 문제를 조사하고 있는 유럽법원의 법무관이 잉글랜드 동부지역의 음용수가 질소함유기준을 초과했고 스코틀랜드에서는 납함유량이 기준을 초과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EC 12개국은 지난 80년 각국이 수질을 90년까지 일정한 기준에 끌어올리기로 합의한 바 있는데 3개월내에 있을 유럽법원의 최종판결에서 역시 영국의 수질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판정되면 영국정부는 더욱 곤경에 처하게 된다.

지구의 친구들은 이처럼 영국의 물과 공기가 다시 악화된 것은 정부가 환경문제를 소홀하게 취급했기 때문이라며 정부와 EC집행위원회에 항의문을 보내는 등 압력을 가하고 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영국정부도 민간단체의 비판을 경청하기 보다는 반박하는데 더 열중하는 인상이다. 유럽법원과 지구의 친구들의 잇단 발표로 곤경에 처한 정부 일각에서는 『음용수의 질소농도를 EC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앞으로 3년동안 18억파운드(약 2조5천억원)가 소요되는데 지금 상태로도 건강에는 큰 지장이 없으니 차라리 그 돈을 다른 시급한 보건사업에 투자하는게 낫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계속되는 불경기로 경제사정은 안좋고 투자해야할 대상은 많은 정부로서는 민간환경단체의 비판이 거슬리겠지만 그러는 동안 물과 공기가 악화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더구나 영국의 환경이 EC의 기준에 못미치는 열악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선진국 영국의 체면마저 심하게 손상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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