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이 열린 여·야 공천 결과는 「혹시나」하는 기대가 「역시나」로 확인되었다.여·야 지도부는 기회있을때마다 정치판 쇄신을 위해 대폭적인 물갈이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민자당은 현역의원 탈락률이 역대최저를 기록했고 민주당은 막판 초읽기에 몰려 26개 지역의 발표를 연기해야만 했다.
밀실공천으로 상장되는 전 근대적인 우리의 공천풍토에서 공천판도가 막판에 가서 허둥대는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나눠먹기식의 계파간 지분고수가 공천판 전체를 일그러뜨린 주범이었다. 민자당의 세계파와 민주당의 두게파는 전반적인 공천 윤곽은 아랑곳하지 않은채 자기몫 챙기기에 혈안이 돼 있었던 것이다.
민자당의 한 최고위원은 자파소속 특정의원이 탈락할 경우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민주당의 두대표는 최종 경합지역의 조정을 위해 새벽까지 담판을 했지만 게파지분의 벽을 뛰어넘지 못해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 바람에 당연히 탈락되어야 할 상당수의 민자당의원이 마지막 순간에 되살아났고 민주당은 영입되어야할 신인이 쫓겨가는가 하면 석연치 않은 막판구제가 속출했다.
결국 계파보스에 대한 충청도가 약하거나 아니면 흑막에 싸여있는 실물정치에 능숙치 못한 의원들만이 본의아니게 물갈이 대상에 들어가 버린 셈이다.
정당의 공천은 표를 찍어줄 유권자들에게 자기사람을 추천하는 중요한 정치 행위이다. 따라서 이는 지극히 공적인 행위이며 확실한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다가 민지당은 3당 합당 이유중의 하나로 구태를 깨는 새정치 정립을 약속했고 민주당도 야권통합때 게파를 초월해 새롭고 참신한 인물을 대폭 충원하겠다고 다짐했다.
새롭고 참신한 정치상 구현은 자치하고라도 계파지분이라는 사리에 얽매여 자체 인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정당이 과연 유권자의 호응를 얻을 수 있을까.
공천을 차의적으로 해치운 정당의 모습은 정치권이 숱하게 외쳐온 개혁의지가 구두선이었음을 다시한번 말해주고 있다.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 하는 정치권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길은 유권자들의 심판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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