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민청련의장 김근태씨(46)를 고문한 경찰관 4명에게 지난해 1월30일 유죄가 선고된지 1년만인 30일 김씨의 국가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도 고문사실이 모두 인정됐다.85년 9월4일 김씨가 서울대 민추위사건 배후 조종혐의로 당시 차안본부 대공수사단 남영동 분실에 불법연행되면서 비롯됐던 고문시비가 민·형사에 걸친 6년4개월 여의 기나긴 송사끝에야 모두 사실로 판명된 것이다.
재판부의 판결문은 23일간 감금상태에서 옷을 모두 벗겨 고문대위에 묶은뒤 얼굴에 물을 붓는 물고문,발가닥에 전류충격을 가하는 전기고문 등이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것을 상세히 증언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위반 등 협의로 서울 구치소에 수감된 김씨가 고문상처의 딱지를 증거로 숨겨둔 것을 교도관들이 찾아내 없애 버린 파렴치한 대목도 나온다.
이같은 조직적 고문과 은폐속에서 김씨는 부인과 변호사를 통해 고문사실을 폭로하고 86년 1월 경찰관 등을 서울지검에 고소했으나 무혐의로 불기소처분하자 87년 서울고법에 다시 재정신청을 내 이들을 재판에 회부한 끝에 91년 경찰관 전원에게 실형이 선고됐고 이번에 국가의 배상책임까지 물어 승소했다.
이 우여곡절의 과정을 살펴보면 공권력의 잘못으로 피해를 당한 개인이 진실을 밝히고 억움함을 푸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가를 알 수 있다.
재판부는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죽음에 버금가는 고통을 받고 영혼과 인격에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겼다』며 『국가는 그 정신적 고통에 대해 금전으로나마 손해를 배상해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아직도 남은게 있다. 국가는 고문의 주범으로 아직까지는 도피중인 이근안경감을 끝까지 추적,법정에 세울 검거 책임을 완수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이제는 과연 사소한 고문이나 인권침해도 근절됐으며 재발할 소지가 없는지 다시한번 점검해 보아야 한다. 힘든 싸움이었지만 고문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많은 민권변호사들의 도움까지 받은 김씨는 어쩌면 운이 좋은 경우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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