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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흑인전용학교 교과과정 논란(USA TODAY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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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흑인전용학교 교과과정 논란(USA TODAY 본사특약)

입력
1992.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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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역사관」 탈피 아프리카중심 교육/빈민층에 큰영향… “인종분리 조장” 비판밀워키에 자리잡고 있는 마르킨 루터 킹 주니어 국민학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로사 팍스」 「해리 엣 터브맨」 등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흑인위인」의 사진과 알록달록한 탈바가지 등이 아프리카 공용어인 스와질리어 설명과 함께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것을 보고 일단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더구나 이곳에 재학하고 있는 흑인어린이들의 수업광경을 참관하게 되면 이런 호기심은 더욱 커진다.

다음은 킹 국민학교 3학년 학급의 수업광경.

한때 아프리카지역에서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활동해온 조 하트로브교사가 학생을 향해 『누가 왕에 대해서 말해 주겠습니까』 하고 주문하자 『그분의 이름은 사캬 주루입니다』라는 대답이 일제히 터져나온다. 사캬 주루는 아프리카대륙에 자리잡고 있던 주루제국 지도자의 이름이다.

『그 분의 업적은 무엇이지요?』라는 하트로브 교사의 계속된 질문에 역시 주저없는 대답이 뒤따른다.

『샤카는 방패를 사용해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병사들에게 가르치셨습니다』

이렇듯 다소 엉뚱하게 들리는 사제간의 문답이 펼쳐진 킹 국민학교는 아프리카 중심주의라고 일컬어지는 교과과정을 채택하고 있는 전국의 각급 흑인전용학교중 하나이다.

백인이 중심이 되어 「백인중심의 역사관을 강요하는」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흑인이 미국사회에 남긴 업적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면서 「문명이 시발지인 아프리카대륙」에 대해서도 새로운 이해를 돕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1960년대부터 흑인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시도된 아프리카중심주의 교육은 지나치게 배타적인 시각을 갖도록 학생들을 오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속에서도 흑인 전용학교가 속속 생겨나면서 점차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 미녀인 클레오파트라는 흑인 여성이었다』는 등 실소를 머금게 하는 강의내용이 아무런 거부감도 없이 진행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전용학교의 교과과정에 백인들은 물론 일부 식자층 흑인마저 우려하는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전 교육부장관으로 지금을 해리티지재단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월리엄 베네트는 극단적이랄수 밖에 없는 『이같은 교육정책은 인종차별이 극에 달했던 1950년대에는 타당성을 가질 수 있었을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할수 밖에 없다』고 공박한다.

교육부차관보 다이안 레비츠도 『다문화주의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아프리카중심주의 교과과정은 너무 지나친 감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볼티모어 공립학교에서 교과과정 개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앨리스 모건 브라운교사는 아프티카중심주의라는 말이 아프리카만을 강조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다』면서 『우리가 강조하려고 하는바는 유럽인과 마찬가지로 흑인도 세계문명 발달사에 큰 기여를 했다는 명확한 사실뿐』이라고 아프리카중심주의 교육을 옹호한다.

흑인 빈민층을 중심으로 서서히 영향력을 확산시키고 있는 아프리카중심주의 교육은 『학생이 몸담고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속한 인종을 강조하고 있다』는 비난과 아무런 이득이 없는 흑인분리주의를 조장시키고 있다는 흑인 사회내의 일부 의혹의 눈길을 어떤식으로 풀어내야하는가라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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