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 자살」서 뾰족한 혐의 못찾아/정씨도 범행 완강부인 수사 “좌초”서울신학대 대입시험지 도난사건 수사는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원점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한채 갖가지 의혹만 증폭되고 있다.
경비원 정계택씨(44)를 지난 25일 별도사건으로 구속하는 편법을 사용하면서까지 수사에 필요한 시간을 연장했던 검찰과 경찰은 30일까지 혐의사실 입증에 실패함에 따라 이제 사건수사는 거의 포기한채 정씨의 신병처리 문제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검·경은 경비과장 조병술씨의 자살에 사건해결의 큰 기대를 걸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자살동기가 조씨의 개인적 갈등 등 추정만 무성한채 드러나지 않고 정씨가 조씨 사망이후 더욱 완강하게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더 이상의 수사진전은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구속만료일을 앞두고 「모양갖추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검·경이 이같은 딜레머에 빠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조씨 죽음을 단순비관자살 이외의 것으로 볼만한 근거를 전혀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
조씨는 평소 『내가 배운 것이 적고 젊었을때 깡패노릇까지 해봤지만 신앙을 가지면서 새 삶을 살고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고 실제로 16년에 걸친 신앙·직장생활에서 보여준 성실함과 정직함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 조씨는 경비일지 정리마저 다른사람을 시킬 정도로 거의 문맹에 가깝고 성격도 다혈질이긴 했지만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하고 업무수행에 완벽했으며 친목회를 여러개 만들어 적극 참여할 정도로 대인관계가 원만한 「좋은 사람」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졸 학력의 조씨는 주민등록등본에는 대전의 명문고인 D고 출신으로 써넣었고 주위사람들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사건과정에서 문맹에 가까운데다 전과 6범인 사실이 드러나고 자살전날 「생활의 전부」로 여겼던 학교에서도 쫓겨나자 단순과격한 성격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결국 더이상의 수사성과를 포기한 검·경은 정씨의 송치시한이 다가오자 사건 마무리의 모양새에 신경을 쓸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법적으로야 구속기간 만기일인 2월3일까지 정씨를 횡령혐의로 송치할 수 있지만 시험지도난 범인으로 발표까지한 정씨를 특수절도 혐의로 추가하지 못하고 송치해야 하는 곤혹스런 입장이 된 것이다.
더구나 정씨의 변호인측은 수사과정의 불법성을 지적,정씨 혐의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고 법원도 변호인측이 낸 접견거부 처분에 대한 준항고를 받아들이는 등 설상가상의 상황에 더욱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행법상 경찰의 구속만료일 10일내에 검찰로 송치,검찰이 다시 10일 동안 구속한 뒤 법원의 허가를 얻어 열흘을 더 연장할 수 있어 앞으로도 기소까지는 최장 20여일이란 시간이 남아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동안에 사건을 해결해줄 증거를 찾아낼 전망은 전혀 없다는데 검·경의 고민이 있다.<원일희기자>원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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