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도 제조원 알고보면 일제로 판명/“제조국명보다 누가 일자리 갖나가 중요”하버드대 경제학자인 로버트 라이크 교수가 지난 2년간 입이 닳도록 주장해 온 이론이 있다. 지구촌 경제시대인 오늘날엔 상품 라벨의 제조국명 표지는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으며 그 상품제조로 어느나라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갖게됐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라이크 교수의 이같은 지론은 지난주 미국을 휩쓴 「미제상품 애용」 캠페인의 와중에서 그 설득력이 극명하게 입증됐다.
뉴욕주의 소읍 그리스시 위원회는 「미국은 일본의 하청업자」라는 일본 중의원 의장의 발언에 격분,일본계 고마쓰사와 체결한 굴착기 구입계약을 취소하고 미국의 존디어사 제품으로 대체키로 의결했다. 「지렁이도 밝으면 꿈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그리스시 당국은 구입취소한 고마쓰 굴착기가 일리노이주 소재 미일합작 고마쓰 드레서」사 제품이며 이 회사는 제품의 95%를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반면 존 디어사 굴착기는 일본의 히타치사와 합작으로 만들어지지만 엔진만 존디어가 생산할 뿐 나머지는 일본에서 조립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아연실색했다. 고마쓰가 미제이고 존 디어가 일제인 셈이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태가 일어나기를 고대했다며 기고만장인 라이크 교수는 『기업체 본사에 어느 깃발이 나부끼느냐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며 보수 좋은 일자리가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미제차를 사는 직원에게 보너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그 돈을 고용원 직업훈련에 쓰는게 낫다는 주장이다.
한편 낭패한 그리스시 당국은 시중의 모든 굴착기 제품을 대상으로 제조원을 세밀히 따지는 등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빈센트 캠벨 그리스시 위원은 『일이 이렇게 복잡하게 될줄 몰랐지만 여하튼 우리의 취지는 분명히 밝혔다』며 『내친김에 내 딸의 일제 혼다차도 처분하겠다』고 호언했다. 미국에서 팔리는 혼다 자동차는 5대중 4대가 오하이오주에서 생산된다는 사실을 캠벨은 모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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