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명동 국립극장/근대 무대예술의 산실(그때 그자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명동 국립극장/근대 무대예술의 산실(그때 그자리)

입력
1992.01.30 00:00
0 0

◎36년 일인 연회장 출발… 건축미 빼어나/국립극장 장충동이 전후 일대 상업화/첫 방화상영등 예술메카한나라의 문화·예술수준을 한눈에 알아보려면 국립극장을 가보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73년 서울 남산기슭에 웅장한 국립극장이 세워졌지만 그 이전에는 명동의 옛 시공관 건물을 국립극장으로 사용했다.

일본유수의 다마다(옥전) 건축사무소가 설계했고 시공자는 미키(삼목) 합자회사,건축주는 이시바시(석교)였다.

대지 5백5평 건평 3백17.1평,연면적 7백43평의 철근콘크리트건물로 지하 1층 지상 4층에 전면부에는 옥탑까지 갖춰 멋을 부렸다.

1936년 10월 준공과 함께 「명치좌」가 됐다.

명치좌는 남산과 진고개를 중심으로 살던 일본인들을 위한 연극·연예·연회장으로 출발했다. 한국건축가협회 평론분과위원 김정동교수(목원대)는 『건축양식은 모더니즘과 클래식을 합친 절충형으로 건물모서리를 둥글게 처리,부드러운 인상을 주며 3∼4층의 아치형 창문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건물은 국도극장과 동시에 지어진 것으로 30년대 서울인구가 10여만명 일때 객석이 1천1백78개로 규모가 엄청났었다』고 말했다.

명치좌는 해방과 함께 국제극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46년 10월 국제극장에서 최초의 국산영화 「자유만세」가 상영됐다.

국제극장은 다시 서울시의 시공관으로 사용되면서 각종 공연과 정치집회장소로 활용됐다.

58년 9월28일 이곳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장면 부통령이 저격당해 온국민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국립극장이 된때는 62년 3월21일.

현재 서울시의회로 사용하고 있는 시민회관이 완공되자 시공관 3층에서 더부살이를 하던 국립극단을 주축으로한 국립극장 멤버들이 「신장개업」을 했다.

그때 돈 1억8천만환으로 무대와 객석을 다시 꾸미고 극단 신협과 민속 등의 정예단원으로 국립극장 전속극단과 오페라단 무용단 국극단 등을 발족시켜 무대예술의 보루임을 자처했다.

예술인들은 국립극장 단원이 되는 것이 최대의 소망이었고 당시의 지식인들은 국립극장에서 문화적 갈증을 해소했다.

공연때마다 8백20석의 객석을 가득 채우진 못했지만 공연후 배우와 관객이 한데 어우러져 명동어귀의 목로주점 「은성」에서 막걸리파티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예산이 충분치 못해 국립극장의 운영은 적자가 누적돼 엉망이었다. 냉방장치가 안돼 여름엔 장기휴관을 해야만 했고 객석에는 벼룩은 물론 쥐가 많아 정기적으로 쥐잡기운동을 벌일 정도였다.

겨울엔 난방이 안돼 야외나 다름 없었다. 67년 겨울 영국의 여류 피아니스트가 공연중 너무 추워 연주를 중단하고 퇴장해 버린 일도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국립극장은 이 땅의 무대예술 메카로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극단 현대극장 대표 김의경씨(56)는 『비만 오면 분장실이 새고 겨울에도 난로 한개 변변히 없었지만 예술인들의 정열은 항상 불같았다』고 회상한다.

63년부터 국립극장의 민간 불하설이 끈질기게 나돌다 66년 현재의 장충동 국립극장이 착공되면서 매각됐다.

그러나 73년 10월 장충동 국립극장이 개관된 후에도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다가 76년 9월 현재의 대한투자금융에 팔렸다.

국립극장이 장충동으로 떠나가면서 명동은 무미건조한 상업지역으로 급속히 변모했다.

64년 국립극단에 입단했던 중견 탤런트 최불암씨는 『문화는 사람이 모이는 곳에 형성된다는 평범한 진리대로 명동에 새로운 문화기류가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김철훈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