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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신뢰회복의 길/정용하 부산대교수(시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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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신뢰회복의 길/정용하 부산대교수(시사칼럼)

입력
1992.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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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현실을 거시적으로 보면 소연방 해체후 이데올로기적 대결구조는 사라지고 국가간의 관계는 오로지 경제논리에 따라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평양과 미국의 관계개선,평양과 일본의 수교노력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그러나 우리 국내 현실은 어떠한가. 대립을 지양하고 화해를 모색하고는 있지만 아직 잔존하고 있는 남북대결구조,해소와 극복을 노래하면서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지역대립구조,국가와 민족을 위한다고 강변하면서 파벌적 이해만을 추구하는 파당적 구조,그리고 식상할 만큼 계속되고 정치꾼 이야기로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그중 정치적 혼란은 다른 혼란을 가중시켜 우리사회를 더욱 어지럽게 만들게 마련이다. 특히 여야를 불문코 공천과정에서 표출한 계파대립,공천안배,밀실공천과 같은 추악한 모습에서 어두운 미래가 예상된다. 이는 당대표들의 도덕성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따라서 그들에게도 혼란의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혼란에 편승,자신의 입신출세만을 노리는 기회주의 군상들도 한몫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회주의적 군상들,한건주의를 추구하는 이기주의적 군상들,그들의 부당성을 꼬집으며 새로운 정치를 내세워 자신들의 진출을 정당화하는 모험주의적 정치꾼들이 난무하는 것이 한국의 정치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정치세력에 대응해 신정치를 들고 나서는 기업가·교육자,그리고 명망가들이 있다고 해서 과연 이들을 믿을 수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그들의 비판이 소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과대평가해 줄 수 있지만 그들이 직접 탁수를 정화하기에는 우리의 정치현실이 지나치게 오염됐기 때문이다.

기회주의적 정치행태의 연출도,대안없는 맹목적 비판도,더욱이 영웅주의적 발상도 우리의 정치를 더욱 질곡으로 빠지게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각성은 물론 국민들 역시 역사의 주역임을 자각하고 현실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더욱이 선거의 해를 맞아 정치권과 국민들의 새로운 각오가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현재 국민들은 정치인에 대하여 극도의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그 불신은 구관이 명관이라는 인식으로 왜곡되어 5공인사들의 정치권 재진입을 묵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경제나 교육에만 전념해야만 하는 인사들의 정치참여 선언의 수용도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표현이라면 표현이다. 따라서 정치권의 신뢰회복이 우선과제이다. 정치권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먼저 공천권자와 소위 대권주자들의 결단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들의 정치적 경험으로 현재보다 미래의 기준에서 정치권을 정화할 수범적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13대 의정활동상 괄목할만한 의원들이 대부분 소장의원들임을 감안,공천에서 참신한 젊은층을 낙점하는 것과 같은 과감한 결단력도 필요한 것이다.

다음,의원들의 윤리성과 도덕성 회복이 관건이다. 의원 각자의 품성과 자질론으로 되돌아가지만,정당적 차원에서 공천자의 재산을 자율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깨끗한 선거와 정치의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돈에 욕심을 내지 않으면 의원들은 깨끗할 수 있고,비로소 국민으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원들 뿐만 아니라 그들을 보좌하는 당원들과 운동원들도 오늘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무엇이 독약이고 무엇이 보약인가를 솔직하게 진언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금품·타락선거와 같은 부정부패의 묵인과 조장은 자신과 자식을 노예시장에 스스로 내놓은 것이고 나아가서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파괴하는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일차적인 책임은 정치인들과 정당인들에게 있지만 국민들의 노력도 반드시 뒤따라야만 한다. 국민들의 부정을 방조하면 할 수록 정치인들은 그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그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은 전국민의 의무가 되겠지만 이같은 노력이 집단화될 때 그 효과는 배가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각 지역별로 발족한 공선협에 보다 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 나아가 선관위와 각 후보,그리고 공선협과의 합의하에 공명선거운동선언을 하고 그것을 공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조치(예를 들면 공선협 회원들이 선거사무소에 상주하면서 공명선거를 유도하는 방식)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론의 역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은 상업성보다 사회의 공기로서의 역할을 다해 다가오는 선거가 공명선거가 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렇게 될때 우리의 정치도 불신의 늪에서 벗어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때 우리의 사회도,우리의 경제도 더욱 튼튼해 질수 있는 것이며,다가올 통일에 대비해 우리의 체제를 더욱 굳건히 하는 길이 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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