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둔채 사업추진은 곤란”에/“완전철거는 문화파괴 행위” 맞서/일대 부지 7만2천평 활용 기본계획 12월까지 확정1925년 9월 완공된 서울역사(사적 284호)는 앞으로 어떻게 되나. 교통부가 지난 22일 서울역,서울민자역사 일대를 복합다기능 교통터미널로 개발하는 서울종합역사 조성계획을 발표하면서 환갑을 훨씬 넘김 서울역사의 처리문제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교통부의 서울 종합역사조성계획은 금년말까지 확정될 예정이어서 서울역의 처리방침이 정해진 상태는 아직 아니다.
그러나 서울역을 그대로 둔채 대규모 개발사업을 수행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과 서울역을 완전철거하는 것은 문화파괴행위나 다름없다는 주장이 상반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 해결책으로 서울역을 이전,복원해 철도 박물관으로 활용하자는 대안도 제시하고 있으나 이전 자체가 이미 역사훼손이라는 반론이 거세다.
교통부의 종합역사조성 구상을 알아보고 서울역처리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정리한다.
▷종합역사 구상◁
교통부의 종합역사 구상은 2000년대와 남북통일후의 교통수요를 감당해야 할 필요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서울역은 올해 6월 대전천안구간이 착공될 경부고속전철(98년 완공예정),호남고속전철( 〃 ) 영종도수도권신공항 연결전철(97년 완공예정)의 기·종점이 될 곳이다. 지금도 서울역은 수도권전철과 서울지하철 1호선의 중심역이며 앞으로 추가건설될 서울지하철까지 감안하면 교통인구가 더욱 폭증하게 된다.
게다가 남북통일후에는 경의선,경원선의 기·종점으로 복원돼 서울역을 이용하는 하루 교통인구가 2백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교통부는 부산에서 고속전철을 타고 온 여행자가 영종도공항은 물론 신의주 원산까지도 바로 갈 수 있게 교통망을 완비키로 했다.
종합역사 계획에 들어갈 시설은 철도,전철역은 물론 버스 택시 환승시설,비행기탑승 수속기능을 갖춘 도심공항터미널,대규모 주차장,쇼핑 몰 및 비즈니스호텔,각종 오락시설 등이다.
교통부는 이같은 대규모 시설을 수용하기위해 지하에 선로를 깔고 역을 만드는 지상·지하입지화를 계획하고 있다. 지하 수개층,지상 수개층의 다단계 교통종합센터를 만들어 원활한 교통흐름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교통부는 이에 따라 서울역일대 24만1백81㎡(7만2천6백54평)의 부지를 활용할 서울종합역사건설 기본계획을 6월부터 국제현상공모,12월말까지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사업추진은 3월중 발족될 한국고속철도 공단이 맡고 국고와 이미 책정된 각 고속전철의 공사비중 일부,민자를 끌어들여 공사비로 충당할 예정이다.
▷서울역 처리◁
정부관계자들은 기본계획이 나와봐야 서울역 철거여부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울역을 그대로 두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89년 3월11일 준공된 서울민사역사의 철거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또 교통부·철도청이 들어 있는 건물과 서울지방철도청건물도 철거되며 교통부는 과천으로,93년 공사화하는 철도청은 별도건물을 지어 이사하게 된다.
서울역 철거론에는 교통시설 입지에 따른 불가피성외에도 『일제시대에 일본인주도로 지어진 것을 굳이 보존할 필요가 있느냐』는 건출물 자체에 대한 견해차도 작용하고 있다. 현재 열차를 타고 내리는 민자역사가 서울역의 도심쪽과 반대편에 설치돼 불편을 주는것도 기존 서울역을 철거하고 열차승강·승환의 편의를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 건물에 대한 애착이 가장 큰 곳은 역시 철도청이지만 종합교통체계 수립과 밀접한 문제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주장을 개진하지 못하고 있다. 철도청 관계자는 『꼭 철거해야 한다면 이전·복원해 철도박물관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문화재위원도 『건축물로서의 서울역에 대한 평가는 가치관에 따라 다르다』고 전제,『큰 계획을 추진하려면 이전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교통문제 해결과 건축물보존이라는 측면에서 비교할 때 서울역을 그대로 둠에 따른 무리를 범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재위원인 정재훈 문화재관리국장은 『철거는 물론 이전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정 국장은 독립문의 경우에서 보듯 당초 위치에서 벗어나는 것부터가 문화훼손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또 건축학자들도 미국의 경우 1880년대에 지었던 펜실베이니아역이 너무 낡았다고 62년에 헐어버린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철거가 잘못된 일이며 부끄러운 짓이었다는 여론이 일고있는 사실을 지적,철거에 반대하고 있다.
목원대 김정동교수(44·한국건축가협회 평론분과위원)에 의하면 일본의 경우에도 70년대에 낡은 지방역을 모두 철거,새 건물을 지은 일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1914년에 지어진뒤 2차대전중 공습으로 볼품없게 돼 부분복원된 동경역의 경우 새 역사를 지은 뒤인 90년에 운수성이 구역사 철거안을 내놓았다가 시민단체인 「동경역을 아끼는 모임」의 반대로 철회한 상태이다.
김 교수는 구역사의 맞은편에 새 역을 짓고 구 역사는 전시장,회의장 등으로 활용하는 동경의 예를 들면서 서울의 상징인 서울역을 절대보존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곧 고속철도공단으로 발족된 고속전철사업 기획단의 김종구단장은 『앞으로 기본계획이 확정돼야 알겠지만 서울역을 제외한 부지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철거 또는 이전의 불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서울역사는 개조할 경우 문화재 위원회의 개조승인절차를 거쳐야하며 헐어내고 신축할 경우 문화재 관리국으로부터 문화재 지정해제 및 신축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철거론이 표면화되면 상당한 논란이 빚어질 전망이다.
현재의 서울역은 민자역사가 준공됨에 따라 철도역으로서의 기능이 더욱 퇴조,주로 만남의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임철순기자>임철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