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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부족… 호텔도 “어둑어둑”/대우 관계자들 방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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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부족… 호텔도 “어둑어둑”/대우 관계자들 방북담

입력
1992.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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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값 우리돈 1천5백원/주민들 미화사용 규제없어김우중회장의 일정과 김 회장을 수행한 최명걸 (주)대우 부회장,윤영석 (주)대우 사장,석진철 오리온전기 사장,염준세 대우그룹기조실 부사장 등 나머지 일행의 일정은 부분적으로 달랐다. 처음 밟아보는 북한 땅에서 이들 수행원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김 회장의 방북에 동행한 관계자들의 방북담을 모아본다.<편집자주>

경제적인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한 우리는 가급적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싶었다. 우리보다도 더 관심을 모으고 있을 적지않은 국내 기업인들에게 하나라도 소상하고 정확하게 북한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의 여러 공장을 둘러보고 시내에 나와 백화점과 호텔의 커피숍에도 가봤다.

우리의 이동은 국빈급이 이용한다는 최고급 벤츠였다. 거리를 오가는 차량은 한산했으나 10여대에 나누어 탄 우리 일행은 선도차의 호위를 받았다.

만경대와 민속박물관,고구려 시조인 동명성왕의 능,개성에 있는 고려박물관 등을 둘러보고 시내도 관광했다.

북한은 철저하게 한글만 쓰고 있었다. 나이든 사람들도 한문을 몰라 우리가 건네주는 명함을 읽지못할 정도였다. 『일본과의 경제협력도 늘어날텐데 한문을 몰라 어렵지 않느냐』고 했더니 안내인은 『이제 한문을 가르치려고 한다』고 했다.

안내인들은 고려호텔을 무척 자랑했다. 고려호텔은 해외동포들이 묵는 일류 호텔이다. 그들은 해외동포들을 안내하면서 나름대로 조사한 국제요금을 달러로 받는다고 했다. 그러나 그 요금은 비싼편이었다. 우리 일행들은 그들이 자랑하는 고려호텔에 들렀다. 전력사정 때문에 결코 밝지만은 않은 로비에서 커피를 한잔 시켰다. 값은 3원50전,2달러였다. 옥류관의 냉면값은 3달러였다. 『비싸다』고 하니 『수입품이라서 그렇다』는 대답이었다.

그들의 「교회」에 들렀다. 「교회」란 다름아닌 서커스장이다. 몇가지 마술을 보여준 뒤 아이스쇼를 했다. 처음에는 발목까지 오는 긴 옷으로 공연하는 배우들이 나오더니 나중에는 흔히 볼수 있는 짧은 스커트의 배우가 쇼를 했다. 북한여성의 치마가 최근들어 짧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 또한 변화의 일단을 읽을수 있는 대목이었다.

외화만 사용할 수 있는 낙원백화점에 들렀다. 달러만 있으면 누구든지 물건을 살 수 있는 수입품백화점이다. 2층 건물로 남한의 비교적 큰 슈퍼마켓 정도인 이 백화점에는 물건을 사러나온 주민들과 아이쇼핑을 하고 있는 북한동포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많은 물건이 진열돼 있지는 않았다. 카메라필름 하나를 샀는데 값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으나 비쌌다는 기억이다.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으나 달러로 물건을 구입하는데는 자유로워 보였다.

달러의 사용면에서는 남한보다 자유롭다고 느꼈다.

북한 주민들이 갖고 있는 달러는 해외에 있는 친척이 보내온 것이거나 해외동포가 이러저러한 형태로 남기고 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당국도 주민들의 달러 소지를 문제삼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이 상점은 북한주민들이 갖고 있는 달러를 모으기 위한 수단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들었다.

우리의 관심사는 무엇보다도 현지와의 경제적인 협력분야와 협력 방법,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바는 무엇인가였다.

10여개 공장을 둘러보고 느낀 것은 한마디로 북한이 아직 자본주의 방식의 경제체제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은 북한의 기간시설이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크게 부족했다. 전력과 수송수단이 가장 큰 문제였다. 현지의 전력사정은 생각했던 이상으로 부족했고 철로와 육로 등 경제동맥의 시설도 상당부분 손질과 보완이 필요했다.

그러나 경제를 발전시켜야 하겠다는 현지 관계자들의 의지만큼은 강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외화를 벌어들여 부족한 물자를 공급하고 산업을 일으켜야 한다는 말들을 일관되게 했다.

가장 많은 교역량을 보였던 소련이 붕괴되고 동구권이 변하면서 기존 청산계정 방식의 교역이 없어졌다는 점에서 그들은 당황하고 있었고 어려움을 맞고 있었다.

10여개 경제부처 고위관계자들은 자신들이 맡고 있는 분야의 현황을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하고 남북한간 협력의 필요성을 수차 강조했다. 김일성주석도 솔직하게 남한과의 경제협력을 원하고 있다고 느꼈다. 『앞으로 북한을 내집 드나들듯이 해달라』는 김 주석의 말은 퍽 인상적이었다.

북한의 경제현실로 미루어 교역보다는 수출을 위한 합작투자가 우선 중요했고 섬유 완구 등 경공업분야에 집중돼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북한의 우수한 노동력과 남한의 기술력이 결합하는 방식의 경제협력은 양측 모두의 약점을 보완하고 남북관계의 개선을 앞당기는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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