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수당소속 여성의원 테레사 골만은 최근 「영국의회의 남성지배를 막기 위한」 기발한 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했는데,그 내용은 현재의 선거구를 두개씩 묶어 남자 1명 여자 1명의 의원을 선출하도록 되어있다. 유권자들은 남녀별로 제시된 후보명단에서 남녀 한사람씩을 뽑아 복수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현재 영국의회의 6백50개 의석중 여성은 44명에 불과하고,내각에는 여성각료가 한사람도 없다. 이런 남성독주를 바로잡기 위해 골만 의원이 제시한 선거법 개정안은 지나치게 기발한 나머지 진지한 관심을 끌지는 못하고 「해외토픽」으로만 소개되었다. 유권자들이 「의무적으로」 여성후보에게 투표하여 의회의 절반을 여성의원으로 채우자는 그의 안은 역설적으로 영국에서 여성의 정계진출이 얼마나 힘든가를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영국보다 한층 심하다. 1대 국회에서 13대까지 총 국회의원 2천9백34명중 여성은 2%인 61명에 불과하고,여성의원중 지역구출신은 16명(28%) 뿐이었다. 13대 국회의원의 2%를 차지하는 여성의원 6명은 모두 전국구이다.
작년에 첫 선거를 치른 지방의회선거에서도 여성진출은 극히 부진했다. 기초의회의원 4천3백3명중 0.9%인 40명이 여성이고,광역의회의원 8백66명중 0.9%인 8명이 여성이었다.
14대 총선의 공천을 얻으려고 뛰는 사람들중에도 여성은 여야를 합쳐 10명을 넘지 않는다. 그중 몇명이 공천을 얻어 실제로 당선될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데,지금까지 지역구출신 여성의원이 한명도 진출하지 못했던 국회는 8대와 13대 두차례 였다.
남자들이 개척해 왔고 아직 남자들의 독무대로 남아있는 정치의 세계에 어떻게 여성진출을 늘릴수 있을까란 문제는 여성계뿐아니라 정치권 전체의 과제이다.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라는 점을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각계각층의 민의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여성의 정계진출이 크게 늘어나야 한다.
각 정당은 선거때마다 구색맞추기로 「여성 명망가」들을 전국구에 몇명 끌어들여서 들러리로 쓰고 버릴게 아니라 여성정치인을 키우려는 장기계획을 가져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정치는 여성진출이 가장 어려운 분야이다. 여성유권자가 절반 이상인데 왜 여성후보를 당선시키지 못하느냐고 비아냥거릴게 아니라 여성의 정치적 훈련이 부족했던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
이제 여성유권자들은 각 정당이 어떤 여성후보를 들러리로 내세우는지,아니면 진정한 동료로 키워가고 있는지 주목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편집국 국차장>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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