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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죽었나”… 배후 집중수사/조씨 자살/직위해제 전달받은뒤 목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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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죽었나”… 배후 집중수사/조씨 자살/직위해제 전달받은뒤 목매

입력
1992.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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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가담 죄책감등 다각 추정/공관뒤편 잿더미 발견/시험지 도난사건【부천=고태성·원일희·배국남·서사봉기자】 서울신학대 입시문제지 도난사건을 수사중인 검찰과 경찰은 28일 이 대학 경비과장 조병술씨(56)가 갑자기 자살,일단 범행관련자의 윤곽이 드러남에 따라 수사에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검·경은 조씨의 범행관련 부분을 구증하기 위해 학내갈등 관계를 중심으로 주변인물들을 다시 소환,철야조사를 펴는 한편 빼낸 시험지를 비롯,범행관련 증거물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검·경은 그러나 조씨의 자살동기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아 범행전모는 역시 구속된 경비원 정계택씨가 알고있을 것으로 보고 정씨의 범행관련 여부를 계속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밤 학장공관 뒤편에서 불에탄 재 한무더기를 발견,문제의 시험지를 태운 흔적인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의뢰했다.

▷자살◁

부인 윤명숙씨(54)에 의하면 이날 하오 경찰조사를 받고 귀가한 남편 조씨가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아오라』고 해 다녀왔으나 현관에 신발만 있고 조씨가 보이지 않아 보일러실로 가보니 목을 매 숨져 있었다.

부인 윤씨는 비명을 지르며 약 10m 떨어진 대학 정문수위실로 뛰어가 경비원 서상은씨(57)에게 알렸고 서씨는 보일러실로 뛰어가 높이 3m 가량의 배관파이프에 목을 맨 조씨를 끌어내려 인근 세종병원 중환자실로 옮겼다.

병원에 도착한 조씨를 최초로 검안한 이 병원 인턴 조창락씨는 『하오 4시50분께 조씨가 도착했을 당시에는 이미 숨진 상태였고 목에 끈으로 죈 상처가 뚜렷했다』고 밝혔다.

조씨가 숨진 보일러실에는 유서 등 아무런 유류품이 남아있지 않았다.

조씨는 27일 밤 11시께 부천경찰서로 재소환돼 조사받는 과정에서 수사관들에게 『소주나 한잔하자』고 제안하는 등 뭔가를 말하고 싶은 눈치를 보이기도 했다.

조씨는 이날 낮 이 학교 이성준 서무과장(36)으로부터 직위해제 통지서를 전달받았지만 『학교를 영원히 떠날 내가 아니다』고 말한뒤 정문수위실 바로 뒤에 있는 학장공관내 자신의 집으로 갔다.

조씨는 전날 경찰의 철야조사에서 『사건당일 아침 이순성 교무과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현장에 도착해보니 교무과 캐비닛이 열려있고 서류가 마구 흐트러져 있었다』고 진술했었다.

▷자살동기◁

경찰은 조씨의 자살동기에 대해 ▲수사망이 좁혀지자 공범과 배후인물을 보호하기 위한 마지막 비상수단 ▲이순성·정계택씨 등과 함께 시험지를 빼냈으나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한채 정씨만 곤욕을 치르는데 대한 책임감 ▲조 전 학장의 퇴임을 막기 위해 자작극을 벌였다가 오히려 조 전 학장이 퇴임하고 학교가 곤경에 빠진데 대한 죄책감 ▲평소 과잉충성 경쟁을 벌였던 이 과장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정씨와 짜고 교무과 캐비닛 등을 흐트렸다가 의외로 파문이 커지자 이에 대한 충격으로 자살했을 가능성 등 여러갈래로 추정하고 있다.

◎시험지 학교운반때 운전

▷조씨 주변◁

조씨는 충북 옥구의 J국교를 졸업한뒤 별다른 직업없이 떠돌다 지난 74년 9월 당시 이 대학 재정관리 실장이던 이모씨(60·현재 미 LA거주)의 추천으로 경비원으로 취직됐으며 조 전 학장의 신임을 얻어 90년 3월 경비과장으로 승진했다.

조씨는 서울신학대에 채용되면서 이 학교 교직원 대부분이 다니는 부천 S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으며 지난 78년부터 집사일을 맡았다.

부인 윤명숙씨와는 지난 69년 결혼,현재 이 대학 종교음악과 3년인 딸(22)과 부천 B고 2년인 아들(17) 등 1남1녀를 두고있다.

조씨는 조종남 전 학장이 80년 이후 공관에서 거주하지 않자 지난해부터 공관 1층에서 가족과 함께 살아왔는데 2층에는 이 대학 홍성철교수 가족이 거주하고 있다.

조씨는 평소 이 학교 출퇴근차량을 운전하기도 했는데 지난 20일 후기대 시험지를 성남에서 학교까지 운반할때도 운전을 맡았었다.

조씨와 같은동네 친목회원인 이종철씨(46·상업)는 『평소 쾌활한 성격이었고 책임감이 강한데다 자살을 죄악시하는 독실한 기독교신자였던 조씨가 유서도 없이 자살한 것은 이해할수 없다』고 말했다.

▷학내갈등◁

조씨는 조종남 전 학장의 심복으로 조 학장 연임에 비판적 견해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이순성 교무과장과 평소 소원한 관계였다고 주변사람들은 말하고 있다. 조씨는 지난 90년 3월 경비원 채용당시 이순성 교무과장이 정계택씨를 추천하는 바람에 자신이 추천한 사람이 탈락되자 소원해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주변 정밀수색

▷수사◁

검·경은 조씨가 ▲경비원 정씨와 같은 교회에 다니는 B여고 3년 황모양(18)과의 관계를 처음 경찰에 제보한 점 ▲시험지가 도난당한 교무과와 학적과 사이 출입문을 열수 있는 보조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경찰에 숨겨온 점으로 미루어 조씨가 시험지 절취에 직접 가담했거나 전모를 알고도 이를 은폐·왜곡시키려는 노력을 해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조씨의 학내 인간관계에 대해 집중수사중이다.

검·경은 또 도난당한 시험지도 조씨가 직접 숨겼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조씨가족이 기거해온 서울신학대학 학장공관,친척집,사무실 등을 정밀수색하고 있다.

검·경은 특히 조씨가 지난 74년 서울신학대학에 취업한 이래 사임한 조종남학장의 신임을 받았고 최근 학내분규에서도 수세에 몰린 조 학장파에 가담해온 점을 들어 숨진 조씨가 도난사건에 가담했을 경우 배후인물이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있다.

▷수사본부◁

수사본부 관계자들은 조씨 자살소식이 전해지자 김영택 부천서장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병원과 학교에 형사대를 급파하는 등 부산한 모습이었다.

수사관계자들은 그러나 조씨의 자살동기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채 온갖 억측만 나돌자 『경비원 정씨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모두 털어놓지 않는한 사건은 정말 꼬일지도 모른다』며 불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병원◁

조씨의 사체를 검안한 부천 세종병원 진료부장 한광수씨(44)는 『조씨는 목이 조이면서 심폐 호흡정지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목둘레 폭 5㎜,깊이 2∼3㎜ 가량의 둥굴게 팬 상처만 있을뿐 외견상 다른 상처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하오 6시30분부터 30분간 진행된 1차 검안에는 조씨를 처음 병원으로 옮긴 조씨의 동서 및 경찰관계자가 입회했으며 하오 8시10분부터 9시까지 진행된 2차 검안에는 인천지검 최재근검사가 입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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