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때 입문… 3년만에 프로입단/숱한 신기록 제조 각종타이틀 석권/나이 뛰어넘는 자제력·깊이 팬들 경탄『과연 신산이다』 17세 소년이 엄청난 바꿔치기끝에 1집반의 승리를 거둔 직후 전국의 바둑팬들은 박수를 치며 귀신같은 계산에 하나같이 혀를 내둘렀다. 좌상변의 엄청난 패를 지켜보던 바둑팬들은 명인 이창호 5단이 중앙 석점을 내주고 패를 해소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불안해했다.
그러나 이 소년은 초읽기에 쫓기면서도 자신의 승리를 정확히 내다보고 결단을 내린끝에 명국을 승리로 이끈 것이다.
현재 명인,왕위 등 국내 바둑타이틀만 해도 6개를 보유하고 있는 이 5단은 바둑계에서 널리 알려진 노력형의 기사다. 타고난 기재와 체력,당대의 최고 스승 조훈현 9단의 가르침이 명승부사 이창호의 한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 나머지 부분은 새벽 2시까지 기보를 옆에 놓고 연구하는 그의 성실성으로 채워져있다.
흔히들 이 5단의 바둑은 흔들림이 없다고 한다. 그의 얼굴표정을 보고서는 바둑의 유·불리를 전혀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의 바둑자체가 무겁고 깊이있는 흐름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념무상이란 말이 이 5단의 바둑인생에 늘 붙어다니는 것도 이러한 사실에 연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 5단이 가장 존경하는 기사인 스승 조훈현 9단은 그의 바둑을 『참으로 강한 바둑』이라고 잘라 말한다. 발빠른 행마와 상대의 실책을 날카롭게 추궁하는 스승 조 9단의 장점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낸 이 5단은 여기에 10대 소년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침착성과 끈기를 훌륭히 접목시켰다.
전주에서 금은방을 경영하는 이재용씨(44)의 세아들중 둘째로 태어난 이 5단은 8세때인 지난 83년 처음 바둑돌을 잡았고 정식 바둑공부 1년반만에 아마 4단의 실력을 갖추게 됐다. 바둑에 관한 한 신동이라는 칭찬을 받은 이 5단은 84년 9월 마침내 그의 인생행로를 바둑에 고정시키게 된다. 당대의 바둑황제 조훈현 9단의 내제자로 입문하게 된 것이다.
부모의 품을 떠난 10살배기 소년은 그리움대신 바둑에 대한 열정으로 어린 가슴을 채워나갔다. 스승의 가르침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며 바둑공부에 몰두한 이 5단은 86년 만 11세의 나이로 입단에 성공했다.
이후 이 5단은 놀라운 승률을 올리며 국내 바둑계를 긴장시키다가 89년 2월 제29기 최고위전 결승대국에서 스승인 조 9단을 물리치고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제자로 입문한지 5년,입단 3년만에 거대한 스승의 벽을 뛰어넘은 것이다.
이후 「최연소 4단」 「최다승」 등 숱한 신기록을 만들어내며 한국바둑계에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이 5단은 지난해 8월 한국일보사 주최 명인타이틀까지 획득,7관왕의 위업을 이루어냈다.
91년 최우수기사상까지 수상한 이 5단은 이번의 승리로 명실공히 세계바둑계에 「이창호시대」의 개막을 알리게됐다.
오는 2월에는 동양증권배를 비롯한 이창호 대국집이 단행본으로 나올 예정이다.<최성욱기자>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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