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팔레스타인 자치권 우선부여 촉구/이스라엘,극우파 반발등 강경분위기 고조/양쪽 입장차 재확인서 그칠듯【예루살렘=김현수특파원】 모스크바에서 28·29 양일간 개최되는 중동평화회의 다자간협상을 앞두고 중동각국이 전략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군축과 수자원 관리문제,팔레스타인 난민과 점령지내 유대인정착촌 건설 등 구체적인 지역문제에 초점을 맞추게될 이번 협상을 불과 하루남긴 27일 현재까지도 이스라엘과 아랍진영은 팽팽한 이견대립을 노출하고 있다.
우선 이스라엘은 지난 78년 이집트와의 캠프데이비드 협정당시 제안된 바 있는 웨스트뱅크(서안)와 가자지구내 팔레스타인인들의 잠정적인 자치문제를 검토할 용의가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지난 67년 점령한 동예루살렘에 관한한 어떤 양보조치도 취할 수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이밖에 무기통제 및 수자원 관리문제는 관련 아랍국들과의 개별회담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참가자격 문제가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은 팔레스타인은 이에대해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고 웨스트뱅크 및 가자지구 등 이스라엘 점령지를 영토로 하는 독립국가 수립을 원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 지난 48년 이스라엘 건국후 아랍국가에서 유랑생활을 하고 있는 2백50만 팔레스타인인들의 귀향권을 요구하고 있다. 또 현재 이스라엘 정부가 수감중인 팔레스타인인 10만명의 석방과 불시세무조사 및 정당활동금지 등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탄압정책을 폐지하고 점령지내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중단토록 촉구하고 있다.
한편 걸프전 이후 아랍권 내에서 지위가 격상된 시리아는 지난 67년 이스라엘이 점령한 골란고원 등 모든 아랍국가의 영토반환과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결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시라아는 특히 팔레스타인 문제가 이번 협상의 의제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협상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요르단과 레바논 등 여타 아랍국들도 수자원 문제와 남부베이루트시에서의 이스라엘군 철수 등 자국관련 현안의 해결을 원하면서도 팔레스타인 문제를 우선 다루어야 한다는데 동조하고 있다.
결국 이번 다자간 협상에선 팔레스타인 문제가 어떤 이슈보다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이스라엘선 당초 이츠하크 샤미르 총리 내각이 수용할 뜻을 내비쳤던 팔레스타인 자치문제에 대해서도 극우파 쪽에서 반발이 제기되는 등 강성분위기가 일고 있다. 테히야(Tehiya)와 몰레데트(Moledet) 등 이스라엘의 극우 정치단체 지도자들은 최근 샤미르 총리에게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자치권 부여거부와 웨스트뱅크 및 가자지구내 팔레스타인인의 추방 등 강경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평화회의에 임하는 입장이 강성쪽으로 기울고 있는 현상은 아랍쪽도 마찬가지다. 아랍권에는 최근 알제리 총선에서 이슬람원리주의 정당인 회교구국전선(FIS)이 승리한데 고무돼 아랍민족주의 분위기가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요르단의 「이슬람형제당」 등 아랍민족주의 색채를 띤 정당들과 정치단체들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1백억달러 지원요청을 단호히 거절하지 않고 있는 점등을 들어 이번 중동평화회의 자체에 의혹과 불신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비교적 온건한 입장을 취하며 이번 중동평화회의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요르단이 모스크바 다자간협상의 개최를 위해 아랍국들간의 조정을 시도하고 있어 회의 자체가 무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는 시각도 있다. 알 샤리프 요르단 공보장관은 지난 24일 『요르단은 모스크바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힌 후 『아랍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쟁에 참전하는 각오로 협상에 응해야 한다』고 말해 요르단정부가 시리아 등 아랍국들의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모스크바회의가 예정대로 열릴 경우 아랍국들은 유엔 안보리결의안 242호와 338호 및 제4차 제네바협정에 근거해 우선 이스라엘 정부에 대해 팔레스타인의 자치권을 인정토록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아랍국들은 자국내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들에 대한 보상금을 지불토록 이스라엘에 대해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요구는 이스라엘로서는 수용하기가 어려운 것이라서 이번 모스크바회담에서 매듭이 지어질 전망은 매우 어둡다. 따라서 이번 모스크바 다자간 회담은 문제의 해결보다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를 다시한번 들춰내는데 그칠지도 모른다는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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