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 등에 맞서 15년안에 자유무역 지대로”/냉전구도 탈피 안보질서 개편도 논의예정【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 27일과 28일 이틀간 싱가포르에서 제4차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6개국 정상회담이 열린다.
지난 87년 마닐라에서 개최된후 5년만에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은 동서냉전 구도의 붕괴 등 세계질서의 급변에 따라 이 기구가 앞으로 나갈 진로를 모색하고 협력의 기본틀을 새로 설정하는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아세안이 지난 수년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세계질서에서 새로운 경제파워 그룹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새로운 진로설정 시도는 한국 일본 미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구가 경제뿐 아니라 세계안보질서 재정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의 주요의제는 지난해 10월 콸라룸푸르 외무장관 회담에서 합의한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 방안 등 경제협력과 지역안보 구도의 재설정 등 크게 두가지로 나눠진다.
이미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아세안 외무·상공장관과 고위관리가 참석한 예비회담을 통해 역내 경제협력 분야에서는 각국간 이견이 노출되기는 했으나 예상보다 상당한 진전을 이뤄 아세안의 경제블록화를 실행에 옮기는 구체적 사항에 합의했다. 아세안 상공장관들은 소위 상호실질호혜관세(CEPT) 계획에 따라 각국간 교역에 있어 점진적으로 관세를 인하,향후 15년안에 자유무역지대를 이룩하기로 했다.
이들은 각국의 경제환경이 다른데 따라 야기될 수 밖에 없는 이해충돌을 극복하면서 관세인하 분야를 이미 합의한 바있는 공산품과 가공농산물외에 자본재를 추가키로 했다. 또 적용대상 품목도 이미 합의한 시멘트 펌프 비료 등 세가지 품목에서 전자제품 섬유 보석류 플라스틱류 고무제품 식물성기름 전자관동음극제품 약재 목재 등가구 유리 가죽제품 등 범위를 모두 15가지로 확대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우선 전품목으로 확대하기에 앞서 설정될 이들 제품의 상호 관세인하 합의는 내년 1월부터 실시될 예정이다. 이들 관세인하 품목가운데 첨예한 이해가 엇갈렸던 시멘트가 포함된 것은 상당히 놀랄만한 결과로 아세안의 경제블록화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이 국내 시멘트 산업을 고려,이 품목의 유보를 강력히 제의했으나 결국 합의를 이끌어내고 만것이다.
이같은 합의의 배경에는 어떤 국가가 관세인하 대상에 들어있는 품목이라도 잠정적으로 실시의 유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한 소위 「6개국 마이너스X」란 시스템의 도입이 큰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인하에서 제외된 분야는 가격구조가 엄청나게 다른 서비스와 농산물인데 관세인하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 상태고 농산물은 향후 적절한 시기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경제협력 분야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킨 의제는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메드 총리가 제안한 동아시아 경제코커스(EAEC) 창설안으로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등을 끌어들인 동아시아국가 경제협력체를 만들어 유럽공동체(EC)나 북미경제 불록화에 맞선 세력으로 서로 경제발전을 도모하자는 구상이다.
이 구상은 미국이 제외돼 있기 때문에 미국의 완강한 반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이 구상에 참여하지 말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EAEC제안에 대해 인도네시아는 미국이 제외돼서는 의미가 없고 아시아·태평양 국가가 모두 참가하는 기존 아태경제협력회의(APEC)를 유지발전 시키는게 더 바람직하다고 강력히 반발,결국 참가국 범위를 결정짓지 못한채 아세안 내부문제로 앞으로 논의해 나가자는 선에서 머물렀다.
이번 회담에서 논의될 또 다른 초점은 냉전구조속에서 탄생한 아세안 지역안보 질서를 새로운 정세변화에 발맞추어 개편하는 문제다. 아세안고위 외무관리들은 예비회담을 통해 지난 76년 아세안국가간에 체결한 우호 및 협력협정(TAC)에 따라 한국 일본 중국 등 다른 아시아국가를 가입시켜 범아시아지역의 안보체제로 확대시키는 소위 「아세안 평화·자유·중립(ZOPFAN)」 구상을 실현하자는 제안에 의견을 모아 주변국을 긴장시켰었다.
그러나 이어 열린 외무장관 회담에서 아세안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외부 세력을 아세안 안보체제에 끌어들이면 강대국의 간섭과 개입을 자초해 결국 안보를 해치는 역기능이 수반된다고 강력한 반대견해를 제기해 다른 아시아국가를 가입시키는 안이 철회됐다.
그러나 TAC 협정에는 다른나라도 가입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도 문호가 개방되어 있다』는 선에서 마무리하고 타지역국가 가입문제에 대한 결정은 정상회담으로 넘겨 논의를 게속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아세안은 경제협력 관계를 가속화,가시적으로 경제블록을 형성해 나가면서 EC와 북미에 버금가는 새로운 세계 경제권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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