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북방정책의 남은 과제는 한중수교이다.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게 될 양국간 수교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안정화를 가져와 이 지역의 평화정착에도 큰 기여를 할 전망이다.그러나 이 과정중 깊이 연구하고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 대만문제이다. 한국은 대만의 중화민국 정부와 공식 외교관계를 통해 오랜 우호관계를 유지해왔다. 양국 교역량도 30억달러를 넘고 경제교류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
정부의 고위층은 한중수교가 수립되더라도 중화민국과의 우호관계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의 선례에 비춰 볼때 북경과 외교관계를 맺는 동시에 대북과의 전통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70년대 미국이 북경에 접근을 시도할 때 중국의 지도층은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하라고 강요했다. 중국은 「두개의 중국정책」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결국 미국은 대만과의 외교를 단절한 채 사설사무소를 상호 설치,통상 및 영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72년 중일수교가 이뤄졌을 때 일본은 외교관계 뿐아니라 모든 개인상사의 지점도 철수시켰다.
따라서 한중수교가 맺어졌을 때 우리의 대대만관계가 어떻게 정립돼야 할지를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지난주 대만을 방문했던 필자는 이등휘총통(대통령)을 접견할 기회를 가졌다.
미 코넬대 농업경제학 박사에 교수출신인 이 총통은 시종 여유있는 모습으로 「중공」을 정치실체로 시인하며 「하나의 중국」,즉 통일문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치 김구선생을 연상케 하는 학백촌 행정원장(국무총리)은 이범석장군과 가깝게 지냈다면서 『당시 중국이 임시정부를 많이 도왔다』는 말로 양국 우호관계를 역설했다.
전복 외교부장은 한국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중요한 수교국으로,대만은 8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감수하며 대한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은 현재 29개국과 외교관계를,80개국과 비공식관계를 맺고 있다.
전 부장은 또 대만은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해 대한항공의 대북항로 개설을 허가해줬으며 한국산 자동차의 수입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부장은 현재 일본은 자국차를 대만에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일종의 특혜임을 강조했다.
한국이 북경과 수교하는 것은 한국의 문제이지만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단절시킨다는 것은 한국의 국익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대만 고위관리들과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에따라 우리가 한중수교를 협상해 나가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세가지 대안을 제안해 본다.
첫째는 한중수교를 교섭하는 과정에서 대만과 외교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북경이 한국을 승인한다는 것은 중국이 북한과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우리도 중국과 대만을 동시에 승인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미국의 모델을 본받아 북미문제조정위원회(CCNAA)와 유사한 반관 반민 사무소를 서울과 대북에 설치하여 영사업무와 통상업무를 수행함으로써 한대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셋째 시나리오는 중일외교의 모델을 따라서 동아시아 연락위원회를 설치,민간상사의 지부같은 역할만 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대만의 북방외교 전문가인 장효엄 외교부차장은 소련의 공산당이 붕괴되고 사회주의가 몰락하였으며,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한 오늘날 중국의 변화도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대중국 수교를 조급하게 서두르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총통이 강조한 바와 같이 대만문제가 곧 중국문제이고 대만문제의 해결없이는 중국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는건 억지가 아니다.
한중수교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한대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한국이 당면한 과제다.
한대관계를 계속유지하기 위하여서는 경제관계를 경쟁관계에서 협력단계로 강화시키는게 한가지 방안이다. 한국은 대만이 6개년경제개발계획(1991∼1996)에다 3천억달러를 투자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해 경제적인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중·대 3국간의 협력은 부시 미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신국제질서와도 맞물려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당면하고 있는 대일 무역적자와 대중경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국과 대만의 긴밀한 협조는 우선적으로 요구되며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데도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한국의 안보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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