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국 “일 침략 야심 노골화” 경계/영선 “고용확대… 침체경제에 전기” 환영【런던=원인성특파원】 일본 닛산자동차의 영국 현지법인이 지난주 대규모 설비확장계획을 발표하자 영국와 유럽대륙에서 상반된 반응이 일고 있다. EC와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선 일본차의 본격적인 대륙침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반면,영국에서는 일자리와 부품공급이 늘어나는 등 침체된 경제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며 환영일색이다.
지난 17일 일본에서 발표된 닛산 영국법인의 확장계획은 올해부터 생산규모를 30% 이상 늘리는 등 야심작. 지난 86년부터 잉글랜드 동북부 선더랜드에서 생산을 시작한 닛산의 지난해 생산규모는 17만5천여대. 닛산은 올해부터 2억파운드(약 2천8백억원)를 추가 투자해 생산능력을 30만대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푸조,이탈리아의 피아트 등 대륙의 자동차업계들이 닛산의 이같은 확장계획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를 일본차의 본격적인 대륙침략 야심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유럽 자동차업계의 우려를 대변해온 EC는 이미 일본과 줄다리기를 한끝에 일본차의 대유럽 수출량을 99년까지 매년 1백20만대선으로 자율규제한다는 신사협정을 맺은 바 있다. 그러나 닛산의 생산확대에 따라 영국에 현지법인을 두고 생산을 하고 있는 도요타와 혼다 등 3사의 영국내 생산량만도 앞으로 5년안에 7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어서 신사협정의 준수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이다.
영국정부의 관계자들은 99년에 가면 유럽내 일본차의 수입량은 연간 2백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중 1백만대는 일본에서 직접 수출하고 나머지 1백만대는 영국내 현지공장에서 생산한 것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EC나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영국에서 생산한 차도 분명히 일제이기 때문에 영국내 생산량이 늘어날 경우 직접수출량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미리부터 못을 박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일본이나 영국의 견해는 다르다. 영국에서 생산한 차들이 닛산이나 혼다 등 일본상표를 달고 있지만 영국내에 설치된 별도의 법인에서 만들었고 「메이드 인 UK」가 붙은 영국산이라는 주장이다.
유럽국가나 자동차업체들의 두려움은 일본차가 엄청난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소비자들의 수요가 크기 때문에 그냥 방치할 경우 유럽업체들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리라는 현실인식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같은 EC의 일원이면서도 「영국산 일본차」를 만들어내고 있는 영국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영국언론의 논조에서 보듯 일본의 경제 침략이라든가 자국자동차 산업의 피해라는 인식은 거의 없다. 오히려 닛산의 확장으로 실업자가 줄어들고 부품산업이 활기를 띨 것이라는 낙관적인 반응 일색이다. 새로 생기는 6백개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벌써부터 문의전화가 쇄도하는 바람에 닛산의 전화가 불통됐다든가 부품공급업체의 납품규모가 내년에는 2억5천만파운드(약 3천5백억원)나 늘어날 것이라는 등의 보도가 대부분이다.
이같은 영국의 독특한 해외투자관은 과거 지구상의 절반을 식민지로 경영했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영국에 들어온 돈은 그것이 누구 것이든 결국은 영국에 남아있는 것이며 외국기업이 투자를 좀 한다고 해서 영국이 경제적인 식민지로 전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역사적인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영국의 인식과 EC안에 교두보를 구축하려는 일본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양산되고 있는 영국산 일본차의 확장계획은 앞으로 EC와 일본간의 자동차전쟁을 더욱 가열시킬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느긋한 반응과 유럽대륙 국가들의 우려중 어느것이 현실로 나타날지 두고볼 일이지만 일본 자동차산업의 위력앞에 유럽의 업체들이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관심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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