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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낸 시험지 겁나 태웠다”/범인 정씨 3차례 진술번복 끝에 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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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낸 시험지 겁나 태웠다”/범인 정씨 3차례 진술번복 끝에 자백

입력
1992.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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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과 창문깨고 전산실 침입/범행후 외부인 소행으로 위장”/범행동기등 의문점 많아 공범여부 계속 추궁【부천=원일희·배국남·서사봉기자】 세상을 뒤흔든 대학입시연기 사태를 빚은 범인이 바로 시험지를 지키던 대학의 경비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온국민은 또한번 충격을 받았다.

범행이 몰고올 사태의 중대성도 모른채 같은 교회신자의 단순한 부탁을 받고 저지른 어처구니 없는 범행에 아연실색한 국민들은 고양이에 생선가게 맡긴 꼴이된 허술하고 무책임한 입시관리에 분통을 터뜨렸다.

▷범행◁

정씨는 20일 하오10시께 본관 현관문을 잠그고 1백m 떨어진 정문 수위실로가 정문경비원 이용남씨(25)와 함께 잠을 잤다.

정씨는 21일 상오2시10분께 이씨 몰래 수위실을 빠져나가 수위실안 순찰용 막대기를 들고 본관 교무과 앞으로가 지니고 있던 마스터키로 교무과 출입문을 열려했으나 열리지 않자 막대기로 교무과 유리창을 깼다.

정씨는 이어 복도건너편 소강당 안에 있는 길이 2m짜리 사다리를 갖고와 깨진 유리창문을 통해 교무과안으로 들어갔다.

정씨는 마스터키로 전산실 문을 연뒤 면도칼로 후기대 입시문제지가 든 박스 4개를 뜯어 전과목 문제지 1장씩 모두 4장을 빼냈다.

문제지를 주머니에 접어 넣은 정씨는 전산실문을 안에서 잠근뒤 교무과 출입문의 안으로 잠긴 빗장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정씨는 외부인의 침입으로 위장하기 위해 교무과 문을 닫은뒤 바깥에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깨진 창문을 통해 상반신을 들이밀고 나무막대기로 문 안쪽의 빗장을 걸어 잠갔다.

당초 범인의 도주로로 추정됐던 지하 1층 탁구장입구 복도에 깨진 유리창은 원래 깨진채 방치돼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동기◁

정씨는 자신이 집사로 2년전부터 다닌 경기 부천시 심곡동 S교회의 신자 이성분씨로부터 『딸이 전기대 입시에서 청주 C대 사회복지과에 합격했으나 아버지 황효식씨(51·무직)가 6개월전에 가출해 가정형편상 장학금을 받고 다니는 신학대학에 보내고 싶다』고 하소연하는 것을 듣고 혼자서 황양을 돕기위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시험지 소각◁

정씨는 시험지를 빼낸 뒤 본관 현관문을 잠그고 빠져나와 1백m 떨어진 정문 수위실로 다시 들어가 누웠으나 『너무 겁이나 2시간 뒤 수위실 바로 옆의 가로 2m 세로 1.5m 시멘트 소각장으로 가 신문지위에 훔쳐낸 시험지 4장을 올려놓고 불을 붙여 태웠다』고 진술했다.

▷경찰수사◁

경찰은 시험지 도난사실을 처음 발견한 정씨가 하루동안 3차례나 진술을 번복하는데 의심을 품고 21일 하오부터 정씨의 행적을 집중추궁했다.

정씨는 1차 진술에서 20일 하오6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순찰을 돌고 21일 0시30분께 본관 교환실안의 당직실에서 잠을 잤으며 21일 상오7시40분께 아침순찰을 돌다 교무과에 깨진 유리창을 발견할 때까지는 아무런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진술했었다.

그러나 정씨는 21일 하오 2차 진술에서 『순찰을 돌지 않았다』고 번복했다가 이날 밤 3차 진술에서는 『20일 하오10시30분 이후는 순찰을 돌지않고 밤11시께 본관 문을 잠그고 나가 정문 수위실에서 잠을 잤다』고 번복하는 등 하루종일 횡성수설했다.

경찰은 22일 상오 정씨로부터 『이 대학 조병술 경비과장이 시켜 허위진술을 했다』고 진술,조씨 등을 소환,대질신문하자 정씨는 심경변화를 일으켜 자백을 시작했다.

경찰은 정씨가 『같은교회 신자 딸이 청주 C대 사회사업과에 합격했으나 돈이 없어 서울신학교에 지원해 이를 도와주기 위해 혼자서 범행을 했다』고 자백함에 따라 부천 S교회·부천 B여고·청주 C대에 확인한 결과 정씨 자백이 신빙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의문점◁

경찰은 정씨가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씨의 진술과 행적에 의문점이 많아 공범유무와 범행동기를 계속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정씨의 범행동기가 범행의 파장에 비해 너무 단순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범행 2시간후인 21일 상오4시30분께 쓰레기소각장에서 태워버렸다는 점,전기대인 청주 C대에 합격한 실력인 황양에게 장학금을 받게 해주기 위해 시험지를 빼냈다는 점 등이 신빙성이 없으며 특히 감쪽같이 시험지를 빼내고도 유리창을 깨는 등 흔적을 남긴 이유 등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보고 자백내용의 진위를 계속 수사중이다.

경찰은 또 정씨가 시험지를 태웠다고 진술했으나 다른 곳에 빼돌렸는지 여부도 추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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