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과 충돌따른 피해에 두려움/경찰의 작전 사전공개도 상당효과노조의 추가상여금 지급요구가 발단이 된 현대자동차 사태는 휴업 7일만에 공권력투입 일보직전에 노조가 자진해산,충돌없이 일단락됐다.
1만5천여명에 달하는 경찰투입 H아워 5시간전에 전격적으로 막을 내린 이번 사태는 자진해산의 형식에서도 드러났듯이 우선 성과급 1백50% 추가지급이라는 투쟁의 명분이 약한데다 그룹내 노조로부터도 뚜렷한 지지를 얻지 못한게 자진해산의 동기로 분석된다. 또 분규장기화에 따른 노조 지도부의 갈등과 공권력과의 정면충돌에 따른 피해에 대한 두려움도 또다른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성과급 지급요구」가 기업 경영실적의 배분을 요구한 국내 노동운동사상 초유의 시도라는 측면에서 큰 관심을 모았으나 명분이 약하고 시기선택이 잘못된데다 투쟁도 산만해 결국 자진후퇴로 결말이 났다.
제3기 현 노조집행부는 지난해 9월9일 출범한 이후 소위 「도자기사건」에서 시작해 추석상여금 요구,성과급지급 요구 등으로 투쟁을 이끌어오면서 비타협적 강경투쟁 일변도를 견지해왔지만 해고자 중심의 실세에 밀려 노조 내부에서도 전적인 호응을 받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점거농성 당시만 해도 1만5천여명에 달했던 참여 노조원수가 시일이 경과하면서 급격히 줄어들었고 경찰투입설이 임박하자 7백여명 남짓까지 줄어든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
일부에서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정계에 진출하면서 유포된 막대한 정치자금 조성액수 때문에 앞뒤 가리지 못하고 발표한 현노조집행부의 다분히 「심정적」 동기가 공권력과 이를 등에 업은 회사측에 조직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던 것이 이번 자진해산의 직접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회사측은 정세영회장과 이 위원장과의 단독협상,이후 2차례의 공식협상을 통해 이번 사태가 올들어서 첫 대규모 분규라는 점,향후 그룹전체에 미칠 엄청난 영향 등을 고려해서 물러설 수 없다는 방침을 강경하게 견지했고 노조는 상대적으로 한발짝 후퇴하는 자세를 보이면서 결집력의 약화를 드러냈다.
지난 3일 열린 노사정 간담회에서 이 위원장이 당초 주장에서 크게 후퇴해 성과급 50%와 설날 귀향비 명목의 30만원 지급과 고소·고발을 취하하면 잔업거부를 풀고 특근을 해서라도 생산성 향상에 힘쓰겠다고 수정안을 제시하자 노조상집위원들이 긴급회의를 열어 이를 규탄하면서 무효선언을 요구한 것이 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 위원장이 이때 수정안 제의가 개인적 견해로 조합원들의 뜻과 무관하다고 해명한 것은 노조내부의 갈등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었다.
경찰의 소위 「연포만작전」 도상계획과 작전공개도 노조의 결속을 깨뜨리는데 결과적으로 큰 효과를 발휘했다.
협력업체는 물론 시민들까지 이번 사태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경찰은 병력투입 일자를 후기대입시 예정일이었던 22일로 공공연히 유포시키면서 노조원 이탈을 노렸고 울산시 전체가 파국을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되자 집행부 자체가 향후 구체적 투쟁방침도 밝히지 못한채 이탈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는 향후 단체협상과정 등 춘투를 앞두고 있는 노동계 전체에 다각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지만 노동운동계 전반에 과학적·조직적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시키면서 공권력투입이라는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는 노사대화의 관행재정립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다.<울산=하종오기자>울산=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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