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터진 후기대입시 시험지 도난사건은 94학년도부터 시행될 대학입시 자율화에 대한 우려를 누를 수 없게 한다. 「자율화」라는 명분은 두말할 것 없이 좋지만,과연 각 대학들이 자율화를 감당할 능력이 있을까라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는데,그 걱정이 일부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대학들의 수준은 천차만별이고,대학에 들어가려는 경쟁은 죽고 살기 식으로 치열하고,대학의 양식과 양심은 불신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의 자율화라는 입시제도의 전환은 사실 모험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러나 각 대학들은 마땅히 자기가 가르칠 학생을 자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어야 한다는 큰 명분이 입시제도의 전환을 정당화했던 것이다.
이번 사건은 자율능력을 갖지 못한 대학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대학입시 문제를 대학별로 출제할 경우 출제의 질과 보안이 기본과제인데,질은 고사하고 문제지 관리조차 제대로 못하는 대학이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94학년도 입시부터 각 대학들은 14년만에 출제권을 되돌려 받게 된다. 지난 68년 국가관리의 대학입학 예비고사가 신설되어 대학별 본고사와 함께 병행되었고,80년엔 대입 예비고사를 대입 학력고사로 바꾸고 대학별 본고사는 폐지되었다.
대학입시를 국가가 관리하게 된 배경에는 비정상적으로 치닫는 입시위주의 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입시생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목표와 함께 대학별 본고사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었다. 출제의 질에서 문제지 유출에 이르기까지 입시철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결국 대학의 출제권을 문교부가 접수하는데 국민이 동의했던 것이다.
이번 사고는 국가관리의 입시제도아래 일어난 것이지만,사고의 직접원인은 대학의 관리잘못이다. 중앙교육평가원이 출제하고 프린트해서 나눠준 문제지를 하룻밤새 도둑맞는 학교가 있는 상황에서 과연 각 대학들이 대학별 출제와 관리를 잘 해낼 수 있으리라고 안심해도 될까.
94학년도부터의 입시제도 전환은 대학들이 자율능력을 가졌다는 전제아래 교육부가 국가관리의 부담을 벗고 다시 공을 대학쪽으로 던진 결과이다. 교육부는 공을 던지고 나서 후련했을지 모르지만,문제는 이제부터 천차만별인 각 대학들로 하여금 어떻게 차질없이 입시를 주관하게 할 것인가. 어떻게 그들에게 1백만 입시생의 운명을 맡길 것인가. 교육부가 그동안의 입시관리 체험을 살려 도와줄 일은 무엇인가….
교육부는 각 대학들의 실상을 직시하고,94학년도부터의 자율화에 대비하여 만전을 다함으로써 다시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편집국 국차장>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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