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으로 죽은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 공식통계로는 미군 전사자만 5만4천2백46명으로 돼있다. 그러나 우리 민간인이 얼마나 희생됐고,북한이나 중공군의 사망자가 얼마나 됐는지 권위있는 통계는 없다. 작게 보는 쪽에서는 남북한과 중공군을 통틀어 죽은 사람이 1백만은 넘을 것으로 치고있다.그러나 한국전쟁 3년동안 자그마치 2백90만명이 죽었다는 계산도 있다. 5년전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는 한국전쟁이 2차대전후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전쟁이었다고 분석했었다.
이 전쟁이 「북진전쟁」이었다고 믿는 사람은 이제 옛 소련땅에서도 찾기 어렵다. 한때 젊은이들 사이에서 김일성의 민족해방 전쟁이었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박길룡·유성철씨 등 북한정권의 고위간부를 지낸 사람이나,소련의 군사전문가는 그것이 스탈린에 의해 저질러진 김일성의 「대리전쟁」이었다고 증언했다.
김일성에다 댄다면 옛 동독의 통치자 호네커는 경범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베를린장벽을 넘으려는 동독시민을 죽이게한 「발포명령자」로 법정에 세우겠다는 독일정부에 쫓겨 지금 모스크바의 칠레대사관에 숨어있다.
1백만에서 2백90만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유혈비극의 방아쇠를 당긴 김일성이 「어버이 수령」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도망자의 모습을 호네커에서 보게된다.
어찌 됐건 이제 남북은 적어도 문서상 평화공존체제에 합의했다. 한걸음 나아가 3월의 두번째주 개성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꽤 구체적인 보도도 나왔다. 일본에서 나온 이 보도는 김일성이 아들 김정일에게 권력을 넘겨줄 날이 임박했다는 조짐과 때를 같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상회담은 김일성과 할 것인가,그의 아들과 할 것인가?
이 세상에서 최대의 범죄라면 전쟁을 일으킨 것보다 큰 죄는 있을 수가 없다. 김일성이 그의 적이었던 대한민국에 대해 저지른 죄는 그렇다 치더라도,그 자신의 백성들을 죽음의 구렁으로 밀어넣은 죄는 어디로 갔는가? 김일성과 회담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아들과 할 것인가? 김정일을 정상회담의 한쪽 당사자로 한다면 「어버이 수령」의 권위를 우리도 받아들이는 꼴이 될 것이다.
물론 남북의 평화공존과 궁극적인 통일은 민족적인 숙망이다. 그러나 거기에도 지켜야될 원리·원칙이 있다. 일제 35년의 청산과 5공청산을 요구하는 것처럼,6·25도 어떤 형식으로든 청산해야될 과제다. 경솔하게 정상회담을 정략적으로 이용할 생각은 아예 포기해야 한다.<논설위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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