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소 무기」 암시장 번창/이란등 대량반입… 세력균형 위협/서방측,통제방법없어 “속수무책”【런던=원인성특파원】 소련연방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영국언론들이 끊임없이 제기해온 문제중의 하나는 소련 군수품의 향방에 관한 것이었다.
중앙의 통제력도 느슨해진데다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일선부대들이 각종 무기를 무기상들에 팔아넘길 것이고 이들은 다시 군비확장을 노리는 국가들에 공급할 것이란 분석이었다.
특히 미국 등 서방과 불편한 관계때문에 정상적인 무기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서도 오일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이란 리비아 등은 주요 대상국으로 지목되어 왔다.
영국의 더 타임스나 텔레그래프지 등의 최근 보도를 보면 이러한 분석은 점차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 등의 정보소식통을 인용한 이들 보도는 중동과 서남아시아지역이 소련제 무기들의 암거래시장이 되어 버렸으며 이란은 이미 상당한 양의 무기를 사들여 중동지역의 세력균형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에 와있다고 전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중동에서 종주국의 위치를 노려온 이란은 최근에 소련제 수호이 24기와 미그29기 등 전투기와 T72탱크 등 최신무기를 대대적으로 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관리들은 소련제 전투기는 정부간의 공식적인 창구를 통해 거래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탱크와 미사일 탄약 등 각종 소형 무기들은 현금을 필요로 하는 소련의 일선부대들이 무기상들에게 팔아넘긴 것을 지하루트를 통해 반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대운영경비 조차 고갈된 소련의 일선부대들은 현찰을 얻기 위해 고가장비들을 헐값에 넘기고 있는데 T72탱크는 겨우 6만달러(약 4천5백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들어 이란에 흘러들어간 소련제 무기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서방정보기관들은 지난해 이후 이란이 새로 보유한 무기의 대부분은 소련제이며 이 무기들로 무장한 이란은 중동지역의 세력균형을 깨뜨릴 만큼 막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란이 전통적으로 중동지역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이라크 리비아와 갈등을 빚어왔고 미국 등 서방과도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사실때문에 존 메이저 영국총리 등 서방지도자들은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급진적인 회교세력권이 소련의 핵제조기술과 핵무기 등을 입수하게 되는 날에는 중동뿐 아니라 세계평화에도 엄청난 위협이 될 것이라는 불안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동과 인도 등 서남아시아지역은 소련제 무기의 암거래시장으로 갈수록 번창하고 있다. 완제품은 물론 전투기와 미사일 탱크 등의 부품을 바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세계각국의 무기상들이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체코를 중심으로 한 동구권 무기상들은 구 바르샤바조약기구의 군수품까지 암거래시장에 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암거래시장은 돈만 주면 어떤 소련제 무기든 구입할 수 있는 무기백화점으로 발전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도 서방으로서는 무기밀매를 막을만한 뾰족한 방법도 없고 군통제권을 놓고 구 소련의 공화국들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판이라 속수무책인 상태이다. 냉전의 종식과정에서 소연방이 붕괴하고 그 여파로 확대된 무기밀매시장이 세계평화의 새로운 위협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아이로니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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