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중 살상” 정신적 악몽 시달려/배우자 부정등 가정화목도 깨져걸프전을 치르고 생환한 미군들은 잠시동안 승전무드에 파묻혀 지내느라 그들이 겪었던 전쟁이 앞으로 자신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제대로 생각해볼 여유조차 갖지 못했다.
그러나 개선환영행사가 끝나기도전에 악몽과 이혼 그리고 질병이 어둠속에 매복해 있던 복병처럼 일제히 그들을 엄습해왔다.
그 결과로 걸프전이 시작된지 1주년이 된 지금,「사막의 폭풍」을 견디어 낸 많은 참전 병사들이 쿠웨이트의 모래사막이 아닌 고국땅에서 아직도 개인적인 전투를 치르고 있다.
이국땅에서 목숨을 건 전쟁을 격고 돌아온 장병들은 그 누구나 행복하고 포근한 미래를 꿈꾸었을 터이지만 현실은 그들 모두에게 행운을 전리품처럼 공평하게 나누어주지는 않았다.
마치 타인처럼 서먹서먹 해졌거나 부정을 저지른 배우자,초조감에 시달린 나머지 성격마저 변해버린 자녀들,수북히 쌓여 있는 각종 청구서,새삼 무겁게 느껴지는 작장업무 등으로 방황하는 참전 병사들의 수는 걸프전에서 쓰러진 희생자들의 수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만큼 많기만 하다.
게다가 그들이 중동에서 거두어들인 성과 역시 최근 들어 평가절하되고 있다.
사담 후세인은 여전히 건재하고 쿠웨이트가 민주화 되지도 않았으니 미국의 승리가 완벽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는 차가운 평가는 참전병사들의 입맛을 쓰게 만드는 또다른 요소이다.
이외에도 전투에 참가해 처음으로 살상을 해야했던 병사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은 일평생 상흔을 남길 만큼 처절하다.
자신의 총에 이라크병사가 쓰러지는 광경을 목도한 루벤 카레라스 하사는 아직도 밤마다 엄습해 오는 얼굴없는 이라크병사의 꿈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걸프전이 우리 모두를 안에서부터 바꾸어 놓았다』는 카레라스 하사관의 말에 동감을 표하는 참전병사들의 수가 한둘에 그치지 않을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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