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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없는 전쟁”… 방황하는 중동/걸프전 1주… 무엇이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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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없는 전쟁”… 방황하는 중동/걸프전 1주… 무엇이 달라졌나

입력
1992.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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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건재… 세변화 미미/아랍세계 분열·반목 심화/미 「새질서」 보단 아직도 이라크견제 급급걸프전의 진정한 승자는 누구인가.

군사적인 측면만을 본다면 미국이 주도한 다국적군이 걸프전에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다국적군은 현대전 사상 최소의 인명피해인 2백31명의 희생자만을 낸채 이라크병사 5만∼15만명을 전사케 했다. 최초의 공습이후 43일 동안 다국적군은 10년간의 월남전에서 투하했던 양의 1·5배를 넘는 폭탄을 퍼부었다. 이중 70%는 미군이 투하한 폭탄이었다.

한때 세계 제2의 석유수출국이었던 이라크는 걸프전이후 초토화됐다. 7만∼9만명의 민간인이 전쟁중에 혹은 전쟁후유증으로 숨지는 바람에 이라크의 남자평균수명은 66세에서 46세로 떨어졌다. 여자의 평균수명은 68세에서 57세로 감소했다.

그러나 군사적으로 명백한 패배자인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걸프전 발발 1주년을 맞는 지금 대규모의 승전경축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가공할 첨단무기의 위력을 유감없이 과시하며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고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를 개막한 미국은 그러나 아직도 이라크의 완전 굴복을 받아내지 못한채 경제제재와 핵사찰 등 이라크를 견제하기에 급급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다국적군의 도움으로 빼앗겼던 영토를 수복한 쿠웨이트는 감사의 말에 인색하다. 쿠웨이트의 알 사바 황태자는 최근 『다국적군은 전투에선 이겼지만 전쟁에선 패했다』고 까지 극언하며 사담 후세인의 건재에 불만과 우려를 토로하고 있다.

중동의 아랍언론들은 걸프전의 이같은 측면을 강조하면서 걸프전의 역사적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있다. 걸프전이후 시리아와 이집트의 영향력이 다소 커졌을 뿐 걸프전은 중동의 정세와 세력판도에 큰 변화를 주지 못했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걸프전이후 중동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강화됐음은 아랍인 대다수가 인정한다. 요르단대의 파우지 가라이데 총장은 걸프전이후 미국은 세계의 유일한 군사대국으로 자리를 굳혔으며 중동에서의 영향력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라이데 총장은 미국이 중동에서 세력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는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는 일본과 독일을 견제하기 위해 중동의 기름줄을 장악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점에서 미국은 앞으로 중동평화회의와 같은 중동평화 정책을 계속 추구하며 이라크와 같은 지역강국이 부상하지 않도록 아랍국가간의 세력균형을 유지하는데 중동정책의 초점을 둘 것이란 분석이 요르단인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또한 미국은 지난 79년 이란의 회교혁명이 재현되는 것을 막기위해 사담 후세인의 집권을 당분간 용인할 것이란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즉 이라크내 소수 집권세력인 수니파회교도 내부에서 사담 후세인을 대신할 인물이 나오지 않는한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다수 시아파 회교도들의 집권을 허용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미국의 의도와 관계없이 걸프전 당시의 아랍민족주의 열기와 다국적군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잦아들면서 요르단인들과 팔레스타인인들은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아랍민족의 영웅으로서가 아니라 단순한 정치가로 평가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는 아랍통합운동의 발판을 마련했던 이집트의 낫세르 대통령이 결국 이집트 민족주의자로 좌절하고 말았던 것처럼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바아스주의,즉 사회주의 혁명에 기반한 아랍통합주의도 미국의 힘앞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현실적인 평가에서 비롯된다.

걸프전은 아랍세계의 분열과 반목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쿠웨이트는 이라크에 대해 동조적이었던 요르단과 팔레스타인인 근로자의 재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결과 걸프전 직전 2백20만이었던 쿠웨이트의 거주자는 1백만명선으로 줄었다. 이중 쿠웨이트인이 60만명으로 인구 구성비에서 처음으로 다수를 점하게 됐지만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반면 쿠웨이트 주재 근로자가 27만명에 달했던 요르단은 이들이 모두 귀국함에 따라 주택 등 심각한 하부구조 부족과 국고수입 감소 등 어려움을 겪고있다.

걸프전과 소련의 분해가 세계 신질서 개편을 재촉한 가운데,전쟁의 마당이었던 중동은 종전 1년이 지난 지금도 신질서 개편의 문턱에서 방황하는 느낌이다. 그것은 아랍세계의 분열만이 아니라 새로운 역학관계의 정립이 「사담 후세인의 건재」로 극히 어렵기 때문인 것이다.<암만=김현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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