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맨먼저 일요일도 쉬지않고 신문을 내겠다고 했을 때 잘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동네 구멍가게도 일요일이면 문을 닫는 세상에 일주일에 한번도 못쉬게 될 배달원이 안돼서였다. 연중무휴의 방송때문에 매일매일 정보가 넘칠지언정 아쉬울 때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럴 거 뭐 있나 싶었다.그러나 쉬는 날 없이 배달이 잘되고나니 역시 선택적으로 보여주는 그림보다는 활자를 통한 정보가 훨씬 광범위하고 머리에 오래 남을뿐 아니라,더 믿을 만하게 여기는 버릇때문에 싫지는 않았다. 그후 딴 신문들도 거의가 다 일요 또는 월요 휴간을 없앤걸 보면 안쉬는 신문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대체로 좋았던게 아닌가 싶다.
신문에 휴일이 없어진지 그닥 오래지도 않건만,요샌 신문없는 날이 언제 그렇게 자주 있었던가 싶게 매일 발간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으니 우리의 망각과 적응능력의 신속함이랄까,정보와 문화에 대한 욕구의 왕성함이랄까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신문의 연중무휴에 앞장섰던 한국일보가 이번엔 조·석간을 같이 내겠다고 발표했을 때는 과연 그럴수 있을까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상은 놀랄 것도 신기할 것도 없는 게,원래 우리나라 신문들은 조석간을 같이 내다가 5·16후 군사정권에 의해 강제로 조간 석간중 하나를 택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나누어진지가 30년이 되고보니 이젠 조간 석간이 그렇게 태어난 인간의 성별처럼 서로 넘보거나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박혀버린데 불과했다.
석간에다 굳이 복간이라고 이름 붙인 것도 잃었던 것을 복원시키려는 것뿐이라고,우리의 망각을 일깨우려는 뜻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신문마다 그 동안 제나름으로 이룩한 어마어마한 양적인 팽창을 감안할 때,그리고 독자가 삼십년전의 언론에서 취할 바가 있다고 여기고 그리워하는게 있다면 그건 목에 칼이 들어가도 옳은 건 옳다,그른 건 그르다고 말할 수 있는 서슬과 기개라는 걸 생각할 때,한국일보가 앞장선 조·석간 발행을 환영만 할 기분이 아니다.
또 딴 신문들에도 파급되리라는 성급한 예측도 하고싶지 않다. 강요됐을 때처럼 일률적으로 닮은 꼴이 되지말고 나름대로 달라지길 바란다. 그리고 한국일보는 이왕 잃은 반쪽을 잊지못하고 복간시키는데 앞장선 이상 그동안 엉망으로 구겨지고 희미해진 진정한 언론인상,언론의 제 정신을 복원시키는데도 앞장서야 할줄안다.
만약 그렇지못할 때 석간이 하나 더 늘어났다는게 요새 흔해 빠진 물량공세에 이바지 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한국일보에 대한 애정때문에 듣기싫은 소리인줄 알면서도 느낀대로 말했다.
한국일보를 보기 시작한 건 아마 조간이 된 무렵부터였을 것이다. 이사 한때나 장기 여행할 때 한두달씩 틈이 생긴 것 말고는 삼십년을 봐왔으니 알게 모르게 정이 들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오직 한국일보 하나만 구독해온 건 아니고 조·석간 합해 늘 서너종의 신문을 보고있다. 식구가 많을 때 각자의 기호에 따라 여러개 보던 수효를 아직도 줄이지 못하고 있는데 신문마다 면이 자꾸 늘어나고부터는 다읽기는 고사하고 부피 자체도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많이 주니 끊겠다는 건 말이 안되는 것 같아 보고있는데,한때 젊고 성질이 팔팔했을 때는 보던 신문을 떼기도 잘 했었다. 세상 돌아가는 형편이 지금보다 훨씬 경직되고 암울했을 때,신문이 할말을 다 못하는 것까지는 참아주겠는데 그 한심한 세상에 대한 아부가 지나쳐,사슴(록) 가리켜 말(마)이라고 하는 식의 보도나 논설이 실린 적이 있었다.
그러면 나는 문간에서 배달원을 지키고 있다가 『너희 신문 내일부터 안볼테니 그런 줄 알라』고 화를 내고,그래도 신문을 넣으면 다시 어린 배달원이나 붙들고 『야,신문 안볼 자유도 없냐?』하면서 언성을 높였다.
사람이 얼마나 변변치 못했으면 신문사로 전화 한마디 못걸고 독자투고도 한번 못해보고 그 어린 것을 상대로 씩씩하게 자유를 부르짖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낯뜨거워진다. 그러나 한국일보는 그런 까닭으로 뗐다 붙였다 한 적이 없이 꾸준히 봐왔기 때문에 감히 정들었다고 말할 수가 있다. 그러나 분량만 늘고 속이 비면 정떨어질 것 같다. 앞으로 두고 볼일이되 미리 이런 말 하는 건 물론 정 떨어지지않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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