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서 최근 “지위격상” 여론 증폭/일도 「자리」노려 수년전부터 막후로비/아·서구 반대 거세 “시간 걸릴듯” 전망도【유엔본부=김수종특파원】 일본은 명실상부한 세계강대국의 반열인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 될 수 있을까. 된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일까.
92년들어 유엔주변에서는 유엔의 역할 및 기구개편에 대한 설왕설래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같은 논의의 연원은 냉전체제인 미소 양극구조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그 어느때 보다도 세계 분쟁 해결에 대한 유엔의 기능강화가 국제사회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10년만에 유엔사무총장이 바뀌어 지난 1일부터 부트로스 갈리시대가 열리면서 유엔개편에 대한 논의가 가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엔 개편에 대한 관심은 대체로 총장과 총회의장의 기능강화와 안보리 개편 등으로 요약되고 있지만 유엔정치의 영역에서 볼대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숫자를 늘리는데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그 정황은 2차대전직후인 45년의 국제정치 질서와 판이한 국제현실을 인정,일본과 독일이 안보리상임이사국의 지위에 올라가야 한다는 주장이 유엔 주위를 맴돌면서 최근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최근 수년간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기 위해 직간접의 로비와 제스처를 강화하고 있다. 독일은 통일에 전념하고 나서 일견 유엔보다는 유럽질서 개편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데 전념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러나 독일은 자신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경계를 받는 것을 꺼려할 뿐이지 내심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가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유엔소식통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일본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될 경우 독일이 배제될 이유가 없다는 정황을 독일은 꿰뚫어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을 제외하면 일본과 독일은 기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보다 훨씬 많은 유엔분담금을 내는 나라로서 그 지위를 무시할 수 없게 돼 있다.
유엔은 현재 세계 1백66개국이 회원국으로 되어 있는 기구지만 사실상 유엔의 정치판을 좌지우지하는 나라는 미국·중국·영국·프랑스·러시아 등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총회는 어떤 의미에서 안보리 활동의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올해부터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2년간 선출됐는데 이같은 기회를 이용,안보리 개편의 여론을 환기시키고 있다.
일본의 안보리상임이사국과 관련해 부시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방한중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내용은 매우 시사적이다. 부시 대통령은 일본의 막강한 영향력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적격성에 의심을 던지는 대신 헌장개정을 둘러싼 유엔 역학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다.
현재로서는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는데 반대의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가입의 어려움은 안보리가 배타적인 그룹이라는데 있다. 영국도 프랑스도 일본의 「입회」를 속으로 바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는 독일문제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중국은 반대의 강도가 훨씬 강한 듯하다. 러시아의 소련 안보리상임이사국 승계문제가 큰 시비없이 일단락된 것도 이들 4개 상임이사국의 배타성을 드러낸 것이다.
일본의 방해물은 또하나 각 지역의 맹주국임을 자처하는 국가군이다. 일본이 상임이사국이 되려고 유엔헌장 개정을 시도할때,인구대국이자 비동맹의 리더임을 자처하는 인도가 상임이사국이 되겠다고 나설것이 거의 확실하다. 또도 아프리카에서 나이지리아,남미에서 브라질 등이 가만있지 않게끔 돼있다. 또 아랍과 아프리카를 대표한다고 자처하는 이집트가 상임이사국이 되겠다고 나서는 등 자칫하다가는 춘추전국시대가 될 공산이 크다. 이들 지역파워들은 유엔헌장 개정의 여론형성에는 일본에 도움을 주지만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확보에는 오히려 방해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의 상임이사국 격상안」에 대해서는 동아시아 지역국가들의 역사적 감정문제,서유럽 국가들의 자존심 문제가 걸겨 그 실현에는 숱한 어려움이 놓여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급속히 변하는 국제질서 개편의 템포속에서 일본이나 독일이 분담금만 내는 국가로 오래 남아있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유엔 주변에서는 4,5년안에 헌장을 바꾸기는 어려우나 금세기안에 어떤 변화를 점치는 경향도 만만치 않다. 몇해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안보리상임이사국 격상문제가 난센스였지만 이제 미국대통령이 「호·불호」간에 이 문제를 언급할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획득은 장기적 안목으로 보면 시간문제인 듯이 보인다. 한국이 이제 겨우 유엔마당에 발을 들여 놓은 상황에서 일본 이슈는 우리 외교정책 입안자들에게도 하나의 큰 짐이 될 날이 임박해 오고 있음을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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