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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전역 「반옐친」시위 열기/식량난·물가폭등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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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전역 「반옐친」시위 열기/식량난·물가폭등 불만

입력
1992.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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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진구호」 박수로 지지/공산세력 주도… “구체제 환원” 주장엔 냉담【모스크바=윤석민특파원】 가격자유화 조치에 따른 물가폭등과 구 소연방 해체에 불만을 품은 수만명의 러시아주민들이 12일 모스크바를 비롯,상트 페테르부르크 로스토프 등 러시아전역의 주요도시에서 대규모 「반옐친 시위」를 벌였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급진개혁정책에 반대하는 친공산당 강경세력이 주도한 이날 시위는 「독립국가 공동체」(CIS) 출범이후 발생한 최대규모의 「반옐친」 시위로서 향후 옐친의 위상에 적지않은 타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 중심가인 마네즈광장에서 열린 항의집회에는 5만명의 모스크바 시민이 참가했고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겨울궁전 앞에서 식량난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눈발이 휘날리는 일요일 하오 모스크바시 중심가를 뒤흔든 반옐친 시위는 물가폭등에 대한 모스크바 시민들의 분노를 극명하게 보여준 일대 사건이었다.

그러나 시위에 참석한 모스크바시민들이 구 소연방체제를 완성시킨 요시프 스탈린의 초상화를 들고 구 소련국가를 부르는 등 과거에 대한 향수를 표출함으로써 친공산주의자들의 「마지막 몸부림」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시위주최측이 시민들의 불만을 구체제 환원열기로 전환시키려 했지만 역부족,오히려 보는이로 하여금 측은한 감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이날 시위의 하이라이트는 연단에 오른 한 연설자가 가격자유화 조치에 따른 물가폭등 사태를 초래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면서부터. 연단아래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지지를 표시했고 「옐친퇴진 구호」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연설자가 이같은 고조된 분위기를 업고 구 연방체제로의 환원과 군부의 등장 등을 촉구할 즈음에는 일부 참석자들이 발길을 돌려 이날 시위가 가격자유화 반대에 관심을 갖는 참석자들의 주종을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마네츠광장 건너편에서 집회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연방복귀 연설내용에는 냉소를 금치못했다.

4시간여 계속된 이날 시위도중 모스크바 시민들간에 놓여있는 깊은 골을 확인할 수 있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두툼한 털코트를 입은 한 여인이 공산당반대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펼치자 일부 과격시위대가 무차별 구타로 대응한 것이다. 이들중 몇몇은 몽둥이로 이 여인의 머리를 내리치는 등 폭력을 휘둘러 삽시간에 시위장소가 폭력장으로 변했으며 이 여인은 일부시민들의 만류로 간신히 그자리를 피할수 있었다.

이 장면을 지켜본 한 중년남자는 「그들은 파시스트」라고 욕하며 급히 그 장소를 떠났다.

모스크바외곽 레닌스키 프로스펙트에서 왔다는 이반씨(45)는 『옐친의 가격자유화 조치는 물자의 절대 부족상태가 개선되지 않는한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선물자공급 후가격자유화를 요구했다.

또다른 시위참석자는 앞으로의 집회가 볼셰비키들의 집회로 변질될 것을 우려하면서 『우리는 이념이나 체제보다는 오늘 먹을 빵을 원한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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