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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갈등 “또 다른 불씨로”/연두회견을 보는 민자 각 계파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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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갈등 “또 다른 불씨로”/연두회견을 보는 민자 각 계파의 표정

입력
1992.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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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화 수준미흡” 밀약기대/민주계/“경선환영 총선 최선다하자”/민정계 공화계노태우대통령의 10일 연두회견이 일부 예상과 달리 「총선후 전당대회에서의 완전경선을 통한 차기 대통령후보 선출」을 강조하고 후보 조기가시화 부분을 크게 흐리자 민자당 각 계파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각 계파들은 이에 따라 각각 유리한 쪽으로 노 대통령의 의중을 해석하며 사태추이를 다각도로 점쳐보는 표정인데 이로써 민자당의 후보갈등은 딴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민주계◁

민주계는 9일의 청와대 4자회동후 김영삼대표가 보였던 고무된 표정과 이날 연두회견의 후보관련 대목이 상당한 거리감을 느끼게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

이들은 특히 김대표가 공개적으로 견지해왔던 「총선전 후보결정」 부분이 완전 배제됐는데도 가시화에 대한 명확한 언급을 회견내용 어디에서도 발견하기 힘들자 얼떨떨한 표정.

때문에 민주계의 일차적 반응은 대부분 『뭔가 잘못돼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는데 반면 『비록 표현이 흐리기는 하지만 김 대표로의 후보가시화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기대섞인 관측도 적지않게 대두. 후자의 경우 김 대표가 노 대통령의 회견직후 대통령과의 믿음을 부각시켰다는 점과 최형우 정무장관이 『대통령이 말한 차기 후보요건에 부합되는 사람이 누구인지 대강 짐작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에 비중을 두고싶은 눈치.

한 중진의원은 『김 대표가 「경선은 내가 주장한 것」이라고 말한바도 있지만 민정·공화계의 여러 입장을 감안,회견때의 가시화수준을 낮추자고 김 대표가 먼저 건의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주장. 김덕용 김운환의원 등은 『회견 전체의 뉘앙스로 보면 가시화란 표현만 없을 뿐이지 ▲경륜갖춘 민주인사 ▲3당통합 대의 계승 ▲민주신념 및 북방정책완결 의지 등 3대 요건이 일관되게 강조돼 있다』며 앞으로 당운영을 지켜보면 모든게 드러날 것』이라고 기대.

그러나 이들도 김 대표를 비롯,민주계가 지속적으로 고조시켜왔던 긴장감이 이날 회견을 기점으로 돌연 흐지부지 돼가는 분위기에 낭패감을 감추지 못하는 느낌. 『김 대표가 자신의 향후 위상에 대한 당 수뇌부의 내부합의,또는 분명한 언질없이 뜻을 꺾었을리는 없을 것』이라는게 이들의 관측이긴하나 『설사 그러한 내밀한 얘기가 있었다해도 당내 역학관계를 고려할때 뚜렷한 보장장치를 마련하긴 어려운 것 아니냐』고 우려.

이와 관련,한 측근은 『일생을 승부사적 감각으로 살아온 김 대표인 만큼 뭔가 모멘트를 잡고있을 것』이라며 『당 내부에서의 단계적 가시화가 어떻게 진행될 지의 여부는 11일 청와대 당무회의에서 부분적으로 감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촌평.

또 다른측근은 『당장 다음주부터 김 대표가 무슨일을 할지 지켜보라』며 『조직의 요체는 인사 아니냐』고 말해 금명 본격화될 공천작업에 김 대표의 입김이 적지 않을 것임을 시사.

이와 별도로 민주계 의원들은 의원회관 또는 시내에서 삼삼오오 모여 회견배경에 대한 제각각의 의견을 교환했는데 『이달내로 추가적인 가시화조치나 공천권 관할영역 등의 문제가 확연히 표출되지 않으면 당장 민정·공화계 등 반김세력의 역공을 받기쉽고 대세의 향배도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고 한 참석자가 전언.

▷민정계◁

민정계는 기자회견에서 「후보가시화」에 대한 명백한 표명이 없이 오히려 총선후 경선전당대회가 강조되자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됐다고 보고 크게 반기는 분위기.

박태준 최고위원은 회견이 끝난뒤 시내 모음식점에서 이종찬 이춘구의원 등 민정계 중진들을 만나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전날 4자회동 및 향후 당의 진로 등에 대해 논의.

박 최고위원은 『이제 모든 의원들은 다른데 신경쓰지 말고 각자 지역구에서 총선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할 것』이라고 당부해 「대권논의」가 일단락 됐음을 「공식」 표명.

그동안 일관되게 자유경선론을 주창해온 이종찬의원은 이날 상오 오유방의원 등 민정계 중진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시청한뒤 「총선후 경선에 의한 전당대회」 방침을 일단 환영.

신정치그룹은 이날 오유방의원을 통해 『우리는 14대 총선이후의 정기 전당대회에서 완전경선에 의해 차기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역사적 과업을 차질없이 추진키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언급.

박철언의원은 이날 상오 의원회관에서 이긍규 나창주 박승재 김정길 이재황 신영순의원 등 월계수회 멤버들과 함께 TV로 기자회견을 시청.

회견이 끝난뒤 박 의원은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대통령께서 여러가지 의견을 수렴,고심한 끝에 조화점을 찾아 시대정신에 충실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면서 『환영하고 공감한다』고 논평.

박 의원은 또 대권문제에 대한 밀약이 있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회견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며 해석을 달아서는 안된다』고 강조.

▷공화계◁

공화계는 『노 대통령이 난마같이 얽힌 당내문제를 우물쭈물하지 않고 계파이익을 초월해 명쾌하게 결론내렸다』면서 환영일색.

김종필 최고위원은 이날 회견이 끝난뒤 여의도당사로 직행,잠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뒤 기다리고 있던 김용환 조부영 이인구 옥만호 이택석 윤성한 김홍만의원 등 자파의원들과 회견내용에 대해 환담.

김 최고위원은 『4자회동에서의 논의가 회견에 모두 반영됐느냐』는 질문에 『그럼』이라고 힘주어 말하고는 『대통령의 생각을 명백히 알았으니 언론들이 더이상 붙일 얘기가 없을 것』이라고 회견 내용외의 「미발표사항」이 없음을 강조.

김 최고위원은 지자제 연기부분에 대해 『내가 주장하는게 전부는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광범위한 의견을 들어 결정한 것이고 아예 안하겠다는 뜻도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해 평소 「선거의 생활화」를 주장해온 자신의 견해와는 달랐지만 노 대통령의 뜻에 승복했음을 시사. 한편 공화계의 조용직 부대변인은 『예정됐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까지 연기시키면서 경제쪽에 전력투구 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에 새삼 찬의를 표한다』고 전제,『현 대통령이 국정을 효율적으로 마무리지을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총선에서 압도적 안정세력을 확보한후 현명한 대권주자를 선택,통일정국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집권당이 해야할 일』이라고 계파차원의 환영논평.<조명구·이유식·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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