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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임시수도기념관(그때 그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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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임시수도기념관(그때 그자리)

입력
1992.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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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때 이 대통령 피난지 거처/일제때부터 경남도지사 관사로 사용/전시 상황속 보안 엄중해 잘 안알려져부산은 6·25의 상흔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곳중의 하나다. 「이별의 부산정거장」 「국제시장」 등이 그렇다.

부산 서구 부민동 3의22 부산 경무대도 6·25를 말해주는 한 현장이다. 부산지검 건물을 끼고 1백m가량 가다보면 한·양식 절충형 2층집이 나온다. 지금은 임시 수도기념관으로 지정,동족상잔의 비극을 증언하고 있지만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던 6·25전쟁때는 이승만대통령이 거처하며 집무했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50년 7월2일 부산으로 내려왔다.

대지면적 7백95평에 연건평 1백40평의 2층 벽돌기와 건물인 부산 경무대는 이 대통령이 임시 거처로 사용하기 전까지는 경상남도 지사관사였다.

당시 양성봉지사가 부산에 사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통령의 거처로 마땅한 건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엄중한 보안조치가 취해졌다가 전쟁이 끝난뒤 부산 경무대로 불리게 됐으며 52년 3월 서울이 수복될 때까지 2년여동안 대통령 관저겸 집무실로 사용됐다.

부산 경무대건물은 일제시대였던 1926년 8월 조선총독부가 지어 도지사 관사로 사용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공식적인 행사 이외에는 거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이 대통령의 거처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부산 향토사학자 최해군씨(66)는 『6·25전쟁 기간동안 모두 피란생활에 쫓기면서 살기에 바빴던 탓도 있었지만 이 대통령이 도지사 관사에서 집무를 보고 생활한 사실을 알고있던 사람은 별로 없었다』면서 『전시 상황에서는 대통령의 거처는 국가기밀에 속해 갖가지 얘기만 무성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52년 3월 서울의 경무대로 돌아간 뒤 이 건물은 다시 도지사 관사로 환원됐다가 경남도청이 창원시로 이전함에 따라 부산시가 매입,임시 수도기념관으로 지정했다.

부산시는 부산 경무대를 1년동안 보수하고 이 대통령의 유품과 6·25전쟁 관련자료 등을 모아 84년 6월25일 개관했다.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시민들에게 무료 개방되는 기념관 곳곳에는 이 대통령의 체취와 전쟁의 상흔이 깃든 유품과 자료 등 1백52점이 진열돼 있다.

이 대통령이 집무했던 20여평의 2층 방은 지금은 「통일염원의 방」으로 명명돼 이 대통령내외의 유품전시실이 됐다.

이 대통령이 당시 쓰던 책상·걸상 및 탁자가 그대로 보존돼 있고 집무실옆 작은방에는 이 대통령의 방한복과 프란체스카 여사의 외투가 당시의 「추웠던 피란생활」을 설명해주고 있다.

이밖에 이 대통령내외가 사용하던 병풍과 부채 등도 전시돼 있으나 복제품으로 진품은 서울 이화장에 보관돼 있다.

이 대통령이 내방객들을 맞이했던 1층 응접실(현재 다짐의 방)에는 전쟁당시 국민의 결속을 호소하던 이 대통령의 모습을 담은 사진 몇점과 청초 이석우화백의 「비운 1.4피난」이라는 유화가 새삼 괴로웠던 피란시절을 되새기게 한다.

응접실 뒤쪽 내실(수난의 방)에는 주로 피란생활과 관련된 빛바랜 사진들이 벽에 전시돼 있다. 학교를 군건물로 내주고 노천에서 수업을 받던 경남여고생들,피란민수용소에 수용된 모자 등 당시 피란생활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부산 경무대는 40여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국민들의 뇌리에서 사라져가고 있지만 이제는 임시 수도기념관으로 탈바꿈해 후세들에게 민족상잔의 고통과 피란생활의 쓰라림을 증언해주고 있다.

관리인 이필우씨(53)는 『지금은 겨울이라 이곳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봄에는 하루 60∼70명의 학생들과 당시를 회상하고 싶은 50대 이후의 체험자들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부산=조희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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