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랍 30일 서울지하철 2호선 아현역 구내에서 흡연시비끝에 연행돼 경찰에 맞아 숨진 송진규군(19·검정고시 학원생)의 가족들은 사망 열흘이 지난 8일까지도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다.시체가 안치돼있는 서울 적십자병원 영안실 밖에는 「내아들 살려내라」고 쓴 플래카드가 걸려있고 좁은 영안실안에서 가족과 친구 등 15∼20명이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마치 지난해 「시신볼모 투쟁」으로 눈총을 받았던 시국사건 당시와 비슷한 모습이다.
가족들의 요구도 당시와 별로 다를것이 없다. 지난해 유족들이 「대통령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듯이 이들은 「경찰책임자의 성의있는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가족들은 지난 7일 이곳서 불과 2백여m 떨어진 경찰청사 앞으로 가 청장면담과 사과를 요구하다 전원 연행된 뒤 3시간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폭행경관을 처벌하고 보상이 이뤄진다해서 진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찰 윗사람이 유족을 달래기 위해 사과 한마디는 했어야 하는것이 도리 아니냐』는 것이 가족들의 주장이다.
유족들은 처음부터 시신을 놓아두고 농성할 생각을 한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폭행치사행위」 자체 이상으로 사건뒤처리에서 경찰이 보여준 태도에 분개했다.
사건발생 4시간만에 까무러칠듯이 놀라 마포경찰서로 달려간 가족들에게 경찰은 『사건경위도 때린 경찰도 모른다』고 발뺌했다.
기가막힌 심정으로 송군의 시신을 병원 영안실에 옮겨놓은 가족앞에 이날 상오11시에 경찰이 느닷없이 나타나 사체압수 수색영장을 제시하며 부검을 하겠다고 나섰다.
이후에도 경찰은 뒷전에서 『송군이 폭력전과자인데다 본드 흡입경험이 있었던 것을 알고 있다』며 『사건 당일에도 술에 만취돼 경찰관에게 먼저 대들었다』며 당할만하니까 당했다는 식으로 빈정거려 더욱 분노를 샀다.
송군의 어머니 이종녀씨(39)는 『경찰청장이 지난해 문상하는 것을 여러번 TV에서 보았다』며 『시위학생이 죽어야만 사과할 가치가 있는 것이냐』고 분개하고 있다.<이성철기자>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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