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제자리불구 OPEC국들 증산 계속【런던=원인성특파원】 지난해 초 걸프전의 여파로 배럴당 30달러 가까이 치솟았던 국제원유가가 올해에는 큰 폭으로 폭락할 가능성마저 있다는 전망이다.
1년전 걸프전쟁이 시작될때만 해도 국제원유가는 배럴당 28달러선을 넘어서 제3의 오일쇼크까지 우려됐다. 그러나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자 2월 이후로는 20달러 안팎에서 안정세를 유지해왔다.
그러던 국제원유가는 지난해 연말부터 의외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11월에 22달러를 넘어 절정에 달했던 유가가 하락을 거듭,12월부터는 18달러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영국의 북해산 브렌트유의 경우 12월중에 배럴당 5달러나 떨어져 18.5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이같은 연말의 하락세는 석유생산국들의 예상과는 전혀 어긋나는 일이었다.
예상과는 달리 비교적 따뜻한 겨울이 계속되고 있고 우려했던 소련의 생산차질도 예상보다는 덜한 편이었다. 게다가 선진국의 경기회복 전망도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국제적인 수요가 별로 늘지 않았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올해 1·4분기중 OECD회원국의 석유수요가 1년전 같은 기간에 비해 겨우 1% 늘어난 하루 3천9백만배럴로 예상할 정도로 수요가 주춤한 상태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이익에만 집착하고 있는 산유국들은 유가안정을 위해 필요한 감산을 하기는 커녕 증산을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수출량중 35%를 차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생산량을 하루 5백40만배럴에서 걸프전 이후 8백50만배럴까지 늘려놓은 상태이다.
다른 산유국들도 OPEC내의 산유량쿼타를 더 차지하기 위해 능력이 닿는데까지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 더욱이 이라크의 공격으로 산유시설이 파괴됐던 쿠웨이트가 완전히 생산능력을 복구하고 유엔결의에 따라 석유수출이 금지된 이라크가 제재에서 풀려날 경우 생산과잉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석유전문가들은 유가폭락을 피하려면 OPEC가 현재 2천4백만배럴인 1일 산유량을 92년초까지 매일 2백만배럴씩 줄여야할 것으로 보고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난 86년 봄 북해산원유가 배럴당 30달러에서 9달러로 급락했던 것처럼 올 봄에 유가의 대폭락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오는 2월8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OPEC 정기회의에서는 이같은 예측을 바탕으로 산유국들의 감산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하지만 알제리 등 일부 소규모 수출국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OPEC를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산유국들은 유가의 하락에도 별불안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쉽사리 합의가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는게 석유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껏해야 국가마다 일률적으로 5∼7%씩 감산키로 하는 선에서 합의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것으로는 하락세의 유가를 붙잡기는 힘들것이란 관측이다.
유가폭락의 전망은 영국과 같은 산유국들에게는 적지않은 걱정 거리이지만 국제수지 적자에 시달리고 석유수입에 엄청난 외화를 쏟아붓고 있는 우리로서는 귀가 솔깃해지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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