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군주도권싸고 대립/우크라,러시아독주 우려 양보불가 강경/조기수습 못할땐 「공동체」 와해 위기까지신생독립국가공동체(CIS)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의 군주도권 다툼으로 분열위기를 맞고 있다.
CIS의 양대지주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각기 새해 벽두부터 구 소련의 부동항지역 함대인 흑해함대의 관할권을 서로 주장하고 나섬으로써 CIS는 출범초기부터 암초에 부딪쳤다.
이번 사태의 진앙지는 물론 미 해군주력인 제6함대를 견제해온 구 소련의 흑해함대.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흑해함대를 포함한 구 소련군의 통합지휘체제를 둘러싼 양국간의 이해대립이라고 할 수 있다.
양국간 공방전은 우크라이나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우크라이나가 45척의 전함과 28척의 잠수함 등 모두 3백여척 이상의 신예함정으로 구성된 흑해함대의 관할권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흑해함대는 구 소련의 태평양 및 발트해함대가 함께 세계 해상권을 제패하는데 앞장서온 전위부대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흑해함대를 누가 지휘하느냐에 따라 중동과 유럽지역은 물론 세계군사력 균형은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러시아가 민스크회동 직전 흑해함대 소속의 최신예 항공모함 쿠즈네조프호를 역내인 무르만스크항으로 빼돌린 것도 이같은 영향력을 의식한 것이다.
흑해함대의 모항인 세바스토플 항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의 분쟁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세바스토플항이 있는 크리미아반도는 당초 러시아 관할이었으나 흐루시초프 전 공산당 서기장시절 우크라이나로 넘어갔다.
때문에 흑해함대 관할권문제가 향후 양국간 국경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크라이나의 흑해함대관할 당위성 논리는 간단하다.
흑해함대의 모항이 우크라이나 역내에 있으며 보유함대가 유사시에만 핵을 탑재할 것이기 때문에 민스크협정에서 창설된 CIS 전략군사령부의 통제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CIS 정상들이 합의한 민스크협정은 전략 및 전술핵무기를 포함해 전략군을 단일통제 체제로 하되 공화국 독자군창설을 인정하고 있다. 결국 논쟁의 초점은 흑해함대가 전략군속에 포함되느냐 여부로 귀착된다.
예프게니 샤포슈니코프 임시전략군사령관을 중심으로한 러시아측은 흑해함대의 상당수가 핵무기탑재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유로 통합사령부내로 이관시킬 것을 주장한다. 물론 여기에는 러시아가 구 소련의 법적계승자일뿐만 아니라 CIS의 맹주역할을 맡고있다는 자존심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루슬란 하스블라토프 러시아 최고회의 의장이 『러시아가 구 소련군 창설당시 핵심역할을 수행했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단계로서는 흑해함대의 관할권을 둘러싼 양국의 대립양상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측이 CIS의 맹주를 겨냥,정치·경제·군사적으로 독주하는 것을 극히 우려하고 있어 이번 흑해함대의 주도권 다툼에서 양보할 경우 만회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카자흐 벨로루시 등 CIS내 주요국가들의 반응이다.
핵보유국인 카자흐와 벨로루시가 우크라이나의 흑해함대 관할권주장을 용인한다면 러시아는 흑해함대 쟁탈전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의 주장은 이들 공화국들에게 러시아 패권주의로 비쳐져 CIS창설의 기본정신이 탈색되고 궁극적으로는 CIS와해로 이어질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러시아측이 흑해함대에 관한 관할권을 쉽게 포기할것 같지는 않다.
러시아측도 흑해함대 관할권쟁패가 향후 CIS의 정치·경제·군사 정책수립에 있어서 러시아의 주도권 장악에 관건이 될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면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의 흑해함대 분쟁은 향후 CIS의 정국진행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것이다.<이진희기자>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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