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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늘리자… 한국일보 캠페인 3년(함께 사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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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늘리자… 한국일보 캠페인 3년(함께 사는 사회)

입력
1992.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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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가난이 두렵지 않아요”/“열심히 살아 온정보답”/부모,배달원·파출부로/“남동생 뒷바라지” 맏이 순미양 상고지원/공항동 4자매89년 2월27일 가난한 부모의 짐을 덜어주겠다고 음독자살을 기도한 공항동 4자매사건은 국내외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경악과 충격을 안겨주었다. 「엄마 아빠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걱정마세요. 나쁜딸 올림. 동생들아 미안해. 나쁜 언니가」라는 장녀의 유서는 우리사회의 풍요가 허구였음을 일깨워주면서 음지의 이웃을 돌아보게 했었다.

하나뿐인 맨밑의 사내애는 빼놓고 4자매끼리만 음독,막내딸이 숨진비극(89년 3월1일자 보도)은 많은 사람들을 울게 했다.

그 비극의 양순미양(16·공항중3·서울 강서구 공항동 41의 85) 가족은 지금 3년전의 가난과 절망을 딛고 작은 행복을 쌓아가며 살고 있다.

치솟기만 하는 전세금에 쫓겨 수십차례 이사하면서도 단칸방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던 순미양 가족은 90년 9월 2천3백만원에 단독주택을 마련했다.

14평의 방 두칸짜리이지만 이곳에서 아버지 양태범씨(46),어머니 김옥순씨(38),막내 종모군(5),순미·정미(14·송정중1),은미양(12·공항국교6)등 여섯식구는 각기 제몫을 다하며 오순도순 살고 있다.

김포의 빈농가정에서 5남2녀중 3남으로 태어나 안해본 일없이 힘겹게 살아온 양씨는 막내딸 세원양(당시 7세)을 잃고 살아갈 의지마저 상실했지만 가난을 이기려는 각오와 각계의 놀라운 온정에 힘입어 가정을 다시 세웠다.

순미양 가족에게 전해진 온정은 한국일보가 모아준 1천4백71만여원을 비롯,5천여만원에 이르렀다. 『수백통의 격려편지와 성금을 받을때마다 고마움에 눈물 흘렸다』는 양씨는 『열심히 사는것이 도움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좌절과 절망감으로 아무것도 할수 없었던 양씨는 2개월여만에 겨우 몸을 다시 추스려 주택공사장에서 막일을 시작했고 지난해 9월부터는 공항동의 가구점에 취직,가구판매 배달원으로 일하고 있다. 어쩌다 생기는 수고비로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사들고 귀가할때 양씨는 허리가 휘는 고통을 잊는다.

부인 김씨도 89년 1월께부터 식당에 파출부로 나가고 있다. 방학철이 아닌 때에는 어린 막내 종모군 혼자 집을 지킨다. 종모군은 장난감 하나없는 빈집에서 혼잣말을 하거나 동네 친구들을 불러 놀면서 집걱정이 되어 틈만 나면 전화하는 아빠 엄마에게 대견스럽게도 『나 잘있어. 걱정마』하고 말하곤 한다.

가장 많이 변한 것은 순미양. 3월에 영등포여상에 진학하는 순미양은 시인 소설가 기자 교사 등 하고싶은 일은 일단 접어두고 은행원이 되기로 했다.

『종모는 나랑 11살이나 차이나요. 종모가 대학에 갈때쯤 되면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되잖아요. 산후조리한번 제대로 못해 성한 곳이 없는 엄마와 할아버지가 된 아버지를 대신해서 막내를 대학에 보낼거예요』 순미양이 문필가 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미루고 여상에 지원한 이유다.

지난해 11월부터 방화동 학원에 나가 주산 타자 부기를 배우고 있는 순미양의 올해 목표는 주산 타자3급,부기2급을 따는 것이다. 일로 바쁜 엄마를 대신해 집안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공부에 열심이다.

국민학교때부터 백일장에만 나가면 상을 받아온 순미양은 벌써 3편의 단편소설과 수십편의 시를 썼다.

2년전만 해도 「어둠」이라는 시에서 「차갑고 냉혹한 어둠이 이 도시에 깔려있다/어느 이 하나 나서질 않는다/그 어둠을 무서워한다/……그 차가운 손길을 나역시 무서워한다」고 말했던 순미양은 얼마전 일기장에 「내일이 기다려진다/내일은 어떤 탐험이 기다릴까」라고 쓸만큼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그러나 순미양은 사진 보도만은 극구 사양했다. 모습이 알려져 불필요한 눈길이나 동정을 받게 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순미양은 기사만으로 자신들의 뒷소식을 국내외 독지가들에게 알리는 것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동안 열심히 저축한 돈에 성금중 남은 2천여만원을 보태 철물점이라도 차리는 것이 순미양 가정의 소망이다. 그 소망은 꼭 이루어 질 것이다.<서사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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