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운세를 점쳐보는 것도 세시의 재미이자 오랜 풍습이다. 흔히 토정비결을 들춰보고 용하다는 역술인을 찾기도 한다. 요즘은 매스 미디어 시대인지라 일부 일간지 마저 하루의 운세가 소개되고 있어 그 내용을 믿거나 말거나 누구나 한번쯤은 자기띠와 나이란을 찾곤 한다. 지난 연말에는 한국역술인협회가 호텔 모임을 갖고 새해의 국운과 세계정세를 점쳐보는 발표회를 가지기까지 했다. ◆우리 역술인들의 발표내용도 점이란 으레 그런것인듯 대체로 엇갈리고 모호하다. 「음력 3월까지는 국가적 비상사태를 피하기 위해 느긋하게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92년 하반기가 한국이 새롭게 도약할 분기점이 된다」 「올7월에 대홍수가 예상된다」 「증권·부동산은 침체하고 사채기업들의 도산이 속출한다」 「옐친은 93년까지 고전한다」 「올 겨울이나 93년 봄에 등소평이 사망한다」는 것 등이었다. ◆국제적으로 특히 아시아권에서도 점성가들의 각종 예언이 나와있다. 「날씨가 좋아 나비가 날 것이다.」(홍콩) 「올해의 별자리가 좋지않아 질병과 파업이 많을 것이다」(인도) 「올 별자리를 보면 4월이 어렵고,10월의 마지막 주일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태국)는 등 역시 애매모호한 내용이다. 별자리를 살피고 수정구슬을 통해 한해를 꿰뚫을 수 있다면야 액땜할 수 있는 부적의 효력에라도 기대를 걸겠지만 예언이란 그렇고 그런것이니 결국 한때의 재미로 끝날 수 밖에 없다. ◆이런 예언보다 훨씬 절실하고 피부에 와 닿는 것이 당국이나 전문기관의 각종 전망과 진단이다. 여전히 애매한 태도속에 갈등·혼란·과열상이 빚어질 정치와 선거,장미빛을 잃고 있어 침체와 물가고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경제,눈에 띄게 개선되리라는 전망이 어두운 민생치안·대입제도·인심 등등을 생각하면 차라리 점술로 액땜하기 보다는 스스로 각오를 단단히해 안해를 분명하고 계획성 있게 보내려는 자세가 더욱 아쉽고 바림직한 때인 것이다. ◆세상살이가 고되고 시끄러울수록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점집들이다. 그 많은 예연중에서 그런 점집들이 올 한해동안은 파리를 날리게된다는 풀이가 왜 안나오는지가 유달리 아쉬운 연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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