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세시봉/전후 방황하는 젊은혼의 안식처(그때 그자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세시봉/전후 방황하는 젊은혼의 안식처(그때 그자리)

입력
1992.01.06 00:00
0 0

◎청바지·통기타문화 산실/가수 조영남·양희은·김민기 단골출연/김대중·서정주씨등 명사초대 토론도60년대 서울의 젊은이들은 무교동 스타다스트호텔안에 있던 음악감상실 「세시봉」에서 통기타노래에 열광하며 트위스트로 젊음을 발산했다.

지금은 40대가 된 「세시봉 세대」들은 재개발로 허물어져 버린 이곳을 지나며 아련한 추억을 되살린다.

흔히 「통기타 가수들의 산실」,「청바지문화의 원조」로 통하던 세시봉은 한시대를 풍미했던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했다는 사실보다도 방황하던 젊은이들에게 쉴수있는 공간과 건강한 정서를 제공한 「문화전위대」로서 평가받고 있다.

사업을 하던 이흥원씨(75년 작고)가 세운 세시봉은 58년부터 60년까지,충무로1가,소공동,종로2가 YMCA 뒤편 등 세군데를 거쳐 64년 무교동시대를 연뒤 69년 TV보급 등에 따른 누적된 적자로 문을 닫았다.

무대와 객석이 혼연일체가 되는 1백여평의 세시봉에는 입장료 30원을 내고 들어온 청춘남녀들로 연일성황을 이루었다.

항상 입구에는 커다란 체구에 황해도 축구대표 출신인 주인 이씨가 버티고 서서 무교동일대 건달들의 출입을 막았다.

세시봉에서 프로그램 사회를 번갈아봤던 이백천씨(58·대중음악평론가)와 정홍택씨(56·예술의 전당 운영국장)는 재기발랄한 독창성과 실험정신을 결합시켜 인기를 독차지하며 성가를 높였다.

서양문화의 무분별한 모방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이들의 시도는 오늘날의 쇼,대중가요,코미디에 많은 영향을 준것이 사실이다.

KBS라디오 PD였던 이백천씨는 자신이 진행했던 「쁘띠리와 함께」 「대학생의 밤」 등의 프로그램에서 「촌극코너」 「노래자랑」 「명사초대」 「기성가수 코너」 등을 마련하고 청중들과 호흡을 같이 했다.

명사초대시간에는 당시 김대중의원(민주당 공동대표)이 나와 젊은이들과 현실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으며 서정주시인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초대돼 세시봉무대에서 젊은이들과의 만남을 즐겼다.

이곳을 통해 조영남 서유석 양희은 김민기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김도향 이장희 신중현 어니언스 등 기라성같은 통기타가수들이 배출됐다.

세시봉만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조영남씨(47)는 『세시봉에서 동고동락하며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고 가수생활에 필요한 몸가짐,철학 등 모든것을 배웠다』며 『요즘 젊은이들에게 이러한 교훈적인 산실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학생 MC였던 이상벽씨(45)는 「3행시」 코너를 만들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기성가수 최희준 박형준 위키리 유주용 등도 단골 출연자였다.

당시 주간 한국기자였던 정홍택씨가 진행한 「성점감상실」 「신곡합평회」도 기성대중가요계에 새로운 방향을 일으켰다.

「성점감상실」은 청중에게 작곡가와 가수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채 노래를 들려주고 솔직한 감상평을 받아 별그림수로 점수를 매기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별하나에서 5개까지의 결과는 주간한국에 연재됐었다.

이 프로에서 당시 히트했던 가요 「동백아가씨」가 왜색이 짙다고 지적돼 왜색문화 시비를 일으킨 것은 유명한 일이다.

각 방송국들은 세시봉으로부터 프로그램에 대한 「노하우」를 배우고 1만여장이 넘는 다양한 음반을 빌려 쓰기도 했다. 그러나 세시봉은 임대료 인상 등에 따른 자금난과 TV쇼의 활성화 등으로 69년 폐업하고 말았다. 주인 이흥원씨의 아들 이선권씨(54·전 KBS PD)는 『젊은이들을 좋아하던 부친이 휴전후 암울했던 시절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세시봉을 만들었다』며 『세시봉은 없어졌지만 그 시대의 젊은이들과 많은 연예인들의 가슴속에는 마음의 고향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철훈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