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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민주화/김성우(문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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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민주화/김성우(문화칼럼)

입력
1992.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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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의 시대다. 민주화는 모든 소원을 푸는 요술방망이요 모든 잠긴 문을 여는 마스터 키다. 그렇게들 믿는다. 오늘의 우리나라 민주화는 단군이래의 큰역사라고 할수 있다. 새해에는 이 민주화의 기틀을 튼튼히 다지자는 것이 각계의 소망들이다.민주주의라면 우리는 얼핏 정치적 민주주의만을 생각한다. 정치를 만병통치의 영약쯤으로 아는 우리 사회의 통념이 그렇다. 그러나 현대는 다양화·다원화의 시대다. 모든것에 고루고루 가치가 부여된다. 모든 분야가 고루고루 민주화되어야 한다. 정치도 민주화되어야 하고 경제도 민주화되어야 하지만 이 시대에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이 문화의 민주화다. 그래서 민주화 과정중에서 가장 처지고 있는 것이 문화쪽이다.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이 가장 큰 덕목이다. 생산으로서의 창작의 자유와 분배로서의 창작품에 대한 향수권의 평등이 문화에 요청된다. 이것의 보장이 문화의 민주화다.

지금 우리사회의 민주화는 예술창작의 자유신장을 위해서는 상당한 진전이 보인다. 문제는 향수능력의 평등화에 있다.

문화예술이 소수 특권층의 전유물이던 시대가 있었다. 절대 왕조시대가 그랬다. 시민사회가 발달되고난 뒤에도 특히 우리같이 역사적으로 문화를 음미할 한거가 없던 나라에서는 문화가 권위주의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예술은 엘리트층의 기호물처럼 되어왔다. 문화의 민주화는 시렁위에 얹힌 문화를 접시에다 내려놓는 일이다. 문화는 아무나 손이 닿는 자리에 있어서는 안된다는 고답적 인식과 섣불리 발돋움했자 누구나의 손이 닿을 만큼 만만한 자리에 있지 않다는 저자세가 문화를 만인의 것이 못되게 했다. 이제 문화는 공원의 벤치처럼 모든 시민의 공유물이 되어야 한다.

문화활동에의 참여는 인간가치를 발전시키고 개인의 존엄성을 고양시킨다. 예술문화의 진과 미가 세상의 「최후의 1인까지」 모든 사람에게 전달될때 「생명과 생활의 충실」을 가져 온다고 「베니스의 돌」을 쓴 러스킨은 생각했다.

현대사회는 개인이 기본단위가 되어간다. 민주시민의 이상상은 자기를 스스로 결정하고 그에 따라 자유를 달성하는 자치적 인간이다. 민주사회는 시민들이 일정한 능력과 덕성을 구비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이런 인간을 문화가 기른다. 문화인은 민주시민의 요건이다. 문화야말로 민주주의를 숙성시키는 효모라고 할수 있다.

아름다운 조각들이 보여주는 고대 그리스인의 미의식은 폴리스 시민으로서의 전인적 인격을 길러 직접 민주주의를 개화시켰다. 이 시대의 야외극장에서의 연극공연은 곧 민주시민 교육의 마당이기도 했다.

한 나라의 정치수준은 문화수준에 비례한다. 민주의식은 문화의식이 기른다. 정치적 민주화를 위해서는 문화적 민주화가 먼저다. 문화적 민주주의가 튼튼할때 정치적 민주주의도 확고해진다. 우리는 우리의 정치적 수준을 통탄하고 있지만 그전에 문화수준을 한탄해야한다.

한 나라의 문화수준은 창조능력만이 아니라 향수능력까지 합친 총화다. 문화적 민주화가 자칫 문화예술의 길을 저하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문화의 민주화가 모든 문화의 대중문화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예술가의 창작능력은 감상자의 수용능력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예술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라도 일반인의 안목을 키워야 한다.

우리나라의 일반대중들은 고급문화예술에 대해 너무 거리감을 갖는다. 옛날에 정치는 왕이나 고관대작만의 것이었다. 이제는 아무나 정치인이 될수 있다. 또 얼마전까지만해도 경제는 전문가들의 지식이었다. 지금은 웬만한 경제지식쯤 안가진 사람이 없다. 문화만 아직도 난해하다. 예술은 수학이나 외국어보다 더 귀족적인 것이 아니다.

유럽의 전제정치 아래서의 예술은 군주의 영예와 위엄을 반영했다. 민주사회에서의 예술은 민중의 생기요 생활이어야 한다.

세계인권선언에는 『모든 사람은 자유로이 문화적 공동생활에 참여하며 예술을 향유하고 그 혜택을 공유할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되어 있다. 예술의 향수는 인권이다.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이기도 하다.

문화의 민주화는 모든 사람에게 예술적 기호를 개발할 기회를 주고 그 개발된 기호를 충족시킬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것이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정부의 문화정책이 할일이다. 정부는 문화자산을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향유시키는데 적절한 사회적·경제적 여건을 만들어주면 된다.

그러고나서 필요한 것은 문화생활 참여를 위한 국민들의 자조노력이다. 문화적 취미와 안목을 기르는 것은 각 개인의 자치의 역할이기도 하다. 민주주의의 정신이 자치라면 문화의 민주화도 자치에서 출발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다 예술가일수는 없다. 그러나 예술을 이해하는 문화인일수는 있다. 모든 사람은 문화를 수용할 감광판을 가졌다. 문화의 민주화는 곧 전국민의 문화인화다. 온 국민이 문화인이 될때 모든 분야에서 민주주의는 완성된다.<본사 상임고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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