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손해보는일 참견안해” 격분「한 밤중 사고를 내고 달아나는 차량을 목격했을때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시험문제라면 당연히 쫓아가 붙들든가 신고해야한다고 「정답」을 쓰겠지만 실제로 대부분은 못본체 그대로 지나칠 것이다.
의사 권희욱씨(30·서울 송파구 거여동 30의10)는 『이같은 이기주의,비겁함이야말로 비난 받아야할 사회적 범죄』라고 분노한다.
강원 삼척군 원덕읍 호산보건소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는 권씨는 신정연휴로 서울에 와 지내다 지난 3일 밤11시50분께 형(33)과 함께 승용차를 몰고 귀가하던중 집근처 골목길에서 앞서가던 1톤트럭이 길가에 서있던 택시뒤를 들이받고 달아나는 것을 목격했다.
권씨는 1백여m를 뒤쫓아가 트럭을 세우고 운전사 김모씨(41·상업)에게 『날이 밝는대로 택시주인에게 변상해주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심한 술냄새를 풍기던 김씨는 사고사실을 부인하다 급기야 『네가 뭔데 참견이냐』며 주먹을 내밀었고 권씨도 반사적으로 맞받아쳤다.
실랑이 끝에 인근 거여파출소에 김씨를 넘겼으나 정작 파출소에서 상황이 반전되는 것을 보고 권씨는 어이가 없어졌다.
전치 3주 진단서를 떼어온 김씨에 의해 자신은 폭행혐의로 형사입건됐고 김씨는 2시간 이상 음주측정을 거부한 끝에 혈중알코올농도 0.06%가 나와 사고 사실만 간단히 조사받고 곧 귀가조치됐다.
권씨는 90년 4월 지방공사 원주의료원 재직때 병원 뒷골목을 나오다 눈앞에서 택시강도를 목격,칼든 강도를 단신 격투끝에 붙잡아 원주경찰서장으로부터 「용감한 시민상」을 받은 적도 있다.
89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권씨는 고교때부터 검도와 유도를 익힌 다부진 체격. 교육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한 부친으로부터 귀따갑게 들어온 「바르게 살자」가 생활철학이 돼있다.
정의감은 무시당한 채 폭행전과자까지 된 권씨는 『더이상 손해보는 정의감을 발휘하지 않을 작정』이라며 목밑까지 차오르는 격한 감정을 억제하느라 애썼다.<이태희기자>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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