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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당 재고 어떤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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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당 재고 어떤가(사설)

입력
1992.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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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다」 「안한다」 하면서 숨바꼭질 해오던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정주영씨의 신당 창당설이 구체적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정씨가 스스로 신당창당을 공언하고 나선 것이다. 정씨의 신당설에 대해 반신반의 해오던 많은 사람들도 이제는 어리둥절한 표정이다.재벌이 권력까지 탐해서 공공연히 정치에 뛰어들어도 되느냐는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가 일기 때문이다.

이미 「문화일보」라는 언론사까지 소유한 현대가 정당까지 가질 경우 「정 경 언」의 복합체가 나타나는 셈이 된다. 돈과 권력은 원래 떨어져 있어도 결탁의 의혹을 받는다. 그래서 민주사회에서는 정경분리가 언제나 도덕경처럼 외쳐지고 있고 정경유착이 금기시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정씨가 신당을 만들어 정치에 참여한다면 이는 경졍유착 수준을 넘어 정경일치 현상을 낳게된다. 정경유착을 반대하는 이유는 돈이 정치를 부패시키기 때문이다. 정경일치는 정치의 부패를 더욱 노골적으로 촉진시킬 우려가 높다. 돈이 정치를 지배하려한다는 소리까지 들을 것이다.

우리 정치가 금권정치를 타파해야 할때 금권정치가 나타난다는 것은 시대조류를 거스르는 것이 된다. 「돈이면 다냐」고 황금만능주의를 욕하는 비아냥도 나올만 하다.

정씨 자신은 「자금을 공개하겠다」며 타락선거를 피하는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액면 그대로 믿어줄지 의문이다.

벌써 항간에는 창당준비와 얽힌 돈 얘기가 많이 나돌고 있다. 막상 각종 선거에 돌입하게 되면 무슨 얘기들이 나올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뛰어난 창의성과 남다른 경영기술로 정상급 재벌을 일으킨 창업주로서 정씨는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명성을 얻고 있다. 이제 원로기업인으로서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탁월한 식견을 경제난국을 돌파하는데 마지막 정열을 쏟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정씨가 뜻밖에 정치 입지를 선언하게 된데는 그만한 이유와 배경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우선 손꼽을 수 있는 것은 기성정당,기성 정치인이 워낙 국민의 불신을 받고있다는 객관적 정치상황이다. 사실 지금의 정국은 국민으로부터 실망을 사고도 남는다. 새로운 대체세력이 나와야 할것 같은데 구심점도 없고 사람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이 정씨의 정계투신 결심을 부채질 했는지도 모른다. 또 권력에 대한 개인적인 유감이나 동경이 일조를 했을지도 모른다. 오늘날의 시국을 걱정하는 우국충정도 적잖게 작용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정씨가 기업에서 정치로 방향을 바꾸게된 이러한 배경에 대해서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신진 정치세력이 재벌총수의 주도로 나타나는데 대해서는 거부감이 많다는 것을 일러두고 싶다. 우리는 여론의 반발을 무릅쓰고 기어이 신당의 깃발을 올리겠다는 정씨의 움직임을 비판하지만 기존 정치권은 비난에 앞서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임에도 아울러 지적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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